사랑은 고마움보다 더 큰 고마움의 감정인 것 같다. 20대에는 뜨겁게 불타올라야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불타올랐던 사랑들은 대부분 아프게 끝났다. 사랑은 아픈 것이라고, 아파야 사랑이라는 그런 낭만 섞인 말들에 현혹되어 ‘아~ 내가 진짜 사랑을 했었구나.’ 싶었다.
요즘엔, 구태여 왜 아프게 사랑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위의 아름다운 감정이다. 우리 아프지 않게 사랑합시다! 사랑은 고마움보다 더 큰 고마움이며, 사랑은 아픈 것이 아니라 따끈한 것이다. 아파야 사랑이라고 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거나 사랑으로 포장하여 본인의 비진정성이나 게으름을 변명하려는 마음 또는 상대에게 비겁한 방식으로 사랑으로부터 빠져나갈 뒷문을 마련해 두는 것일 수 있다. 아파야 사랑이라는 낭만은 겁쟁이 거나, 거짓말 쟁이거나, 예정된 이별 인연들이 만들어 놓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면 고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런데, 이 고마움이라는 감정이 일반적인 고마움보다 더 큰 고마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더 해줘서 고맙 다기보다는 내 옆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만큼 고맙다는 말은 의미가 있다. 서로가 고마움보다 더 큰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서로를 존재로서 아끼고 보살피는 사랑 관계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파야 사랑이라는 말 대신에, 고마움보다 더 고마운 것이 사랑이라는 말이 낭만이 되었으면 좋겠다. 때로 우리가 빠져 있는 낭만주의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판타지가 작용한다. 판타지 속에서 현실을 살지 말자. 현실에서의 사랑은 좀 더 담백해도 좋다.
어떤 이는 사랑을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고인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러한 미안한 감정이 들 수도 있고, 눈물이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감정이 사랑의 중축이 되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어쩌면 현실에서 담백한 사랑을 하기보다는 낭만주의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하루 낭만적일 수는 있지만, 낭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사랑 박스의 포장지를 뜯지 않고 박스 안을 상상만 하는 것 과도 같다.
어떤 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의미가 퇴색된다며 아끼곤 했다. 사랑한다는 의미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사랑’이라는 것에 지나친 환상과 의미 부여를 하려는 태도는 자신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사랑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여기고, 나도 받지 못한 사랑을 어찌 남에게 퍼줄 수 있겠느냐? 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미 자신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사랑은 당연한 것이고 사랑한다는 표현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나는 기독교가 아니지만, 고등학교를 미션스쿨 사립대를 나왔다. 그래서 성경을 접하게 되었고, 매주 1회 목사님의 성경 말씀을 듣고 성가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에 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성가를 부르며 ‘나는 왜 태어났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했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어느 날 ‘사랑’에 덧붙여진 판타지와 진지성을 걷어 내고 나니 우리 모두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 너무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태아가 생명체로써 기능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사랑으로 채워진 유기체였다.
사랑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랑을 “사랑한다” 표현하는 것은 “밥 잘 먹고 잘 자.”와 같은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고 갈 수 있는 시시콜콜한 말이어도 되지 않을까?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랑을 아낌없이 꺼내어 모두와 나누고 싶은 밤이다. 사랑해요.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 존재, 인간아.
“사랑은 이성의 눈을 멀게 하고, 연인들은 자신의 판타지를 사실처럼 믿는다.”
_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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