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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Jun 05. 2024

24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쨍쨍한 햇빛에 나의 슬픔을 말린다.

늦은 오후, 사무실 앞 공원 산책길을 거닐었다. 햇빛으로 맑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고 잠시 그늘진 벤치에 앉아서 고요한 자연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하늘하늘 춤을 추는 초록 풀잎들이 강렬한 햇빛에 튀었다가 가라앉으며 쨍한 연둣빛과 짙은 초록빛을 오고 갔다. 마침,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초록 잎과 닮아 있어서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카멜레온 놀이를 해보았다. 어떤 의도도 없는 동심으로 대낮의 찰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이미 가진 것을 원하라. 내 발이 땅에 닿는 지금-여기의 시간과 자연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조건 없는 행복의 기본 요소가 아닐까? "땅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이 말이 생각이 났다. 땅에 발을 딛고서 오늘의 진주를 꿰매었다.


쨍쨍한 햇빛에 나를 말리고 싶다. 

맑은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드러누워 있으면 

내 안에 슬픔들이 저 먼 하늘 위로 증발되어 

멀리멀리 날아가지 않을까?



파란 하늘과 하얀 하늘 사이에서.

유독, 하늘이 예쁜 날이 있다. 파랗게 보이는 우주와, 하얗게 보이는 구름과, 반짝이는 햇빛들이 여러 각도와 조합으로 어우러져 명도와 채도를 조절하듯 매우 밝음과 밝음, 어둠과 매우 어둠이 공존한다. 하늘만 보려고 했는데, 하늘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신호등도 보이고 시멘트 건물과 붉은 벽돌의 건물도 보인다. 하늘에 선을 긋기라도 하듯 전선줄과 가로등은 수직으로 수평으로 하늘 위에 조각조각을 만들어 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오늘은 굳이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 존재하는’ Being의 상태로 대낮의 봄 햇살에 흠뻑 취해 보았다. 파란 하늘에 하얗게 뭉게구름도 피고 봄바람에 나무 잎사귀들이 서로를 부비 부비 끌어안으며 내는 소리도 들리고 한가롭고 조용한 일요일 주말이었다. 이러한 Being의 존재하는 상태로 함께 하면 좋을 텐데... 햇살 가득 들어오는 대청마루에 누워서 나른 나른 게으르게 있는 주말을 상상했는데, 오늘은 그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진짜행복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의점에서 얼음 컵 아아와 과자 한 봉지를 사 와서 테슬라 차 안에서 뜯어먹으며 세상을 환하게 비취었던 해가 뉘엿 뉘엿 져가는 긴 시간 속의 찰나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책도 들척였다가 유튜브로 철학과 명상 영상도 듣다가 졸음이 밀려와서 낮잠도 자주고~ 완전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Being의 상태는 아니었지만, 참 좋았다! 늘 매일같이 무언가를 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 요즘 같은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사회에서 가끔은, 아니 자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Being의 상태로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내게 언제나 큰 위안이 되었다. 자연 속에서 나는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발견했다. 새소리, 나뭇잎의 속삭임, 꽃의 향기는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 주었다. 자연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고,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There is a great deal of poetry and fine sentiment in a chest of tea. In a garden, growth has its seasons. First comes spring and summer, but then we have fall and winter. And then we get spring and summer again. Everything in its own time and place. This truth we understand through the gardening cycle."

_헤르만 헤세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나는나인데 #IamasIam #LightyourLight #자연 #존재 #있는그대로 #하늘 #햇빛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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