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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Jun 07. 2024

25 불안이 찾아와도 빛은 비추더라


지금 이 순간도 사라지는 지금인데 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흠뻑 취해있다 보면 그 순간이 과거로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순간의 행복했던 기억의 잔상이 가슴 깊이 박혀서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또 다른 "지금 이 순간" 이 다시 왔음에도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방금 "지나간" 지금과 방금 "다가온" 지금이 충돌하는 것 같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했을 때 올 수 있는 부작용이 아닐까. 결국, 매 순간에 집중할 수는 없고 내가 집중했던 그 순간들만 추억이 되고, 그러한 추억들을 회상하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짧다고 느껴진다. 황홀했던 지금 이 순간은 맹렬하게 재빨리 사라졌다. 지금은 지금에게 잡아 먹혔고, 지금은 지금을 잡아먹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나는 어수선한 가운데 날것의 자유와 피어나는 봄과 같은 무엇을 느끼고 있었다. 눅눅하고 얄팍한 한 겹의 기억으로 묵혀질 하루가, '비극적인, 너무나 비극적인' plot으로 무질서하게 펼쳐지고 당최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서 무작위로 패대기를 당했다가, '희극적인, 너무나 희극적인' 환영으로 달콤 쌉쌀하게 다가오는 이 생이 얼마나 끈질기며 감동적인가.

기다림은 만남보다 설레고,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두근거린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만남만큼이나 소중하고, 너를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이 더 사랑스럽다. 아름다운 꽃은 긴 기다림 끝에 피어나고, 활짝 피어 만개하고 나면 순식간에 져버릴 테니. 소중한 것은 기다림과 무지함에 있다. 이 순간 소중한 것들에 몰입하면 얄팍한 한 겹의 기억도 한 권 뽑아 볼 수 있는 책처럼 단단해진다. 나는 오늘도 기다림과 무지함 속에서 패대기를 당했구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나를 잃어버리는 시간.

이렇게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걸까? 점점 더 환경은 퇴색되어 간다.

과연, 이것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필연의 과정인 걸까? 텅 비어 버린 나를 마딱 들인다. 그들은 꽉 채워진 느낌일까? 어떤 느낌일까? 그런 삶은?

내가 부어 마시는 이 한잔과 그들이 부어 마시는 그 한잔은 별반 차이가 없겠지.

털어 버리고 싶은 것들의 무게는. 고독은.

나의 삶은 이대로 탄탄한 것인가.

나의 꿈은 이대로 탄탄한 것인가.

지켜내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

비워지지 않게...



약한 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요즘엔 나 홀로 차 안에 있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것 같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시선 - 한 공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과 사물로부터 오는 당연한 것 - 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가 되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작은 공간 안에 가득 찬 공기를 건너 귓속으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마음껏 웃거나 마음껏 울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차 안" 이 있어서 출퇴근하면서 이전에 겪었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움을 누리고 있다.

우습지만... 차 안에 있으면 어느 날은 뮤직 Bar를 운영하는 DJ 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카 레이서처럼 스피드를 즐기는 짜릿함과 지나가는 차들을 앞지르며 질주본능을 느껴 보기도 하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차가운 바람을 마주하며 바람 부는 언덕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만끽해 본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불안을 안겨준다. 우리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더 나은 삶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비교하게 하며, 결코 만족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는 유혹에 빠지지만, 이는 결국 우리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_알랭드 보통 <불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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