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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정완 Mar 11. 2024

말해봐, 듣고 있어

표현에 대한 억압에서 보이는 현시대의 민낯

말해봐, 듣고 있어 Tell me, I'm listening,  acrylic on canvas,  65.1X90.9,  2024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논의될 수 있는 조건을 기반으로 형성된 정치 체제이다. 위 조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여러 의견과 관점에 대한 존중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원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언어, 몸짓, 그림, 음악, 춤, 연기 등 인간은 여러 가지 형태로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표현 방식은 말하기일 것이다. 언어를 입으로 내뱉어서 음성으로 표현하는 말하기는 다른 표현 방식들과 달리 즉흥성을 띠면서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응답을 나눌 수 있고 그 응답 안에서 서로의 관계가 구축된다. 그렇기에 사전적으로 준비하여서 선보이는 글이나, 그림, 음악 등 타 표현 방식에 비해 말하기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상호 간의 존중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사회에서 정치권력을 잡은 이들은 이런 말로 이뤄지는 소통을 거부하곤 한다. 정치가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쉽게 보여주는 것은 민생에 대한 토론이나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기자회견 등이 있다. 말하기로 진행되는 이벤트는 아무리 준비한다 해도 즉흥성을 띠는 부분이 있기에 그들이 평소에 얼마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기 쉽다. 그래서 선거가 다가오면 선거 구도에 있는 이들이 나와 토론을 펼치고 유권자들은 이를 유심히 지켜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선거에서 이긴 승자는 그 후로는 이렇게 말로 진행하는 이벤트를 최대한 자제하려 노력한다. 자신들의 밑천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기 싫다는 사람을 뭐 어쩌겠는가. 그에 대해 백번 양보한다 해도, 분명히 말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그런 행위들을 권력자들에 대한 경호를 빌미로 당연시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국가에서 권력을 쥔 이들은 그 권력이 자신들의 능력에서 나온다고 착각하곤 한다. 국가 권력은 국민들이 선거에서 이긴 이들에게 잠깐 이양한 것일 뿐, 그들의 것이 아니다.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서 다른 이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를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이양받은 권력은 다시금 거둬드려질 것이란 걸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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