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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정완 Mar 18. 2024

사랑을 만드는 법

우리는 왜 구속을 통해 사랑을 만들어가려 할까?

사랑을 만드는 법 How to make love,  acrylic on canvas,  90.9X65.1,  2024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 중 가장 중요한 감정일 것이다. '사랑'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면 한자 思量 (사량)에서 온 것이라고 하는데 思 생각 사에 量 헤아릴 량이 붙어 '상대방을 생각하는 정도'의 뜻을 가진 한자 단어가 현재의 사랑이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을 얼마나 생각하는지가 중요의 척도가 된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상대를 깊이 생각하고 아껴주는 정도에서 사랑의 감정이 멈춘다면 좋았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생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향할 때 우리는 상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 의심은 자라고 자라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믿지 못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그 의심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사랑을 빌미로 상대를 구속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 사랑하는 상대를 의심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신뢰를 기반으로 쌓인 사랑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는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업상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등 신뢰가 없으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관계이다. 사랑하는 사이는 관계 중에서도 가장 가깝고 사적인 관계이기에 다른 관계들보다 더 높은 신뢰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그 신뢰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면 상대방을 믿지 못하게 되고 상대를 구속함으로써 자신의 의심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의하면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는 사랑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두 가지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자아도취의 극복이다. 상대방의 말과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는 소통을 방해해 상대의 내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고립된 관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신뢰의 회복을 위한 훈련으로 자신과 상대를 무한 신뢰하고 서로의 사랑이 깊어질 수 있음을 기대해야 한다고 한다.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로를 무한히 신뢰할 수 있을 때 성숙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이해와 신뢰. 좋은 뜻인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항상 실천이 어렵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신뢰를 잃어 상대를 구속하려고 하는 행위를 하기보다는, 그 깨진 신뢰를 다시 이어 붙이기 위한 노력을 하거나 아니면 깨진 신뢰에 미련을 두지 않고 그 사랑을 떠나보내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은 아닐까? 상대방을 의심하고 구속하는 것은 절대 성숙한 사랑으로 자라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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