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욕구와 충돌
아마 80년대 중후반, 9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어떤 장면을 오마주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일본의 만화가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의 명장면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슬램덩크는 고등학교 농구부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로 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위 장면은 서로 잘 맞지 않는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서로를 믿고 함께 플레이를 펼친 뒤, 극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으로 두 사람의 성장과 융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류는 진화를 거듭해 오다 문명을 만들어냈다. 문명은 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들은 모여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국가들이 모여 거대한 제국이 만들어지면서 사는 지역도, 문화도, 생김새도 다른 인종들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해술이 발전하며 국경이 닿아있지 않은 대륙 간에도 교류가 가능해졌고, 현재는 지구 어느 곳이든 서로 교류가 가능한 세계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문화와 인종 간의 교류는 인간 문명의 규모를 키워가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그만큼 충돌로 인한 비극도 수없이 많았다. 제국주의자들의 비인간적 지배 행위와 노예무역, 원주민들이 고려되지 않은 영토 분할, 그로 인한 내전 등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전 세계에 산재해 있다. 그리고 현대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세계 무역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로 인해 엄청난 부를 가지게 된 국가도 있는 반면 여전히 빈곤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들도 존재하게 되었다. 국가 간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력을 갖춘 나라에서는 고강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서 비교적 소득이 낮은 직군들에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이런 인력들을 충당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을 자국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에서 또 문화적, 종교적 충돌이 발생하고 그런 충돌이 빈번해지면서 그 사회의 굳은 편견으로 자리 잡아간다. 편견은 또 다른 편견을 낳고, 그 편견은 새로운 충돌을 불러온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집단이 부딪히는 것이다.
융합은 인류의 발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계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항상 부드러운 융합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에게 적의를 내비치며 충돌한다.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부딪히는 우리의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면서 서로의 필요성을 인정해 주는, 평화로운 융합의 모습은 정말 이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