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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정완 Apr 01. 2024

부탁

선거와 민주주의, 그리고 코미디

부탁 Begging,  acrylic on canvas,  65.1X50.0,  2024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행하는 제도인 민주주의에서 실질적으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국가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국민 선거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 단체 선거이다. 각 선출직 임기에 맞춰 5년, 4년에 한 번씩 진행된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이기에 국가적인 큰 이벤트이고 정치권은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국민들에게 어떻게든 어필하려 노력한다. 문제는 그 노력이라는 행동이 대부분 포퓰리즘으로 점철된 공약 남발과 대결 구도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공약이라고 발표하는 것들도 참 우스운 게 많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원해왔던 여러 정책들을 지난 4년간 외면해 왔으면서 이번에 당선되면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럼 도대체 지난 4년간은 뭘 하느라 그런 정책들을 진행하지 못했던 건지 물어보고 싶다. 어차피 대답은 상대 정당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 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표를 얻기 위한 선거 운동이라는 것도 정말 어쩜 그리 매번 가식적인지 볼 때마다 실소가 나온다. 지역 시장을 찾아가 분식을 사 먹는다던가 아침 출근길에 나와 인사를 한다던가 봉사활동 등에 참여해서 사진을 찍던가, 항상 같은 패턴이다. 그리고 철 지난 유행가의 가사에 후보들의 이름을 붙여 이상하게 개사한 노래를 엄청 큰 소리로 틀어대면서 차를 몰고 다니고, 또 거기에 맞춰 선거단들은 말도 안 되는 안무를 추는 등 정말 이런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돌아서는 유권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유치하고 번잡스럽다.


하이라이트는 선거 막바지에 꼭 한 번씩 등장하는 큰절이다. 반성하겠느니 앞으로 달라지겠다느니 하면서 길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권력이 얼마나 달콤하면 저렇게 모든 자존심까지 내려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인망이 좋다고 평가받던 사람이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망가지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본인의 장점을 다 잃어버리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자가 된다는 것은 권력을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공공에 대한 봉사라는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의 대표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가 막중한 임무인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많은 특권을 건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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