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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정완 Oct 07. 2024

구분

구분과 분류에서 생겨나는 폭력

구분        Distinguish, acrylic on canvas, 97.0X145.5, 2024


인류는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여러 사물이나 개념을 구분하고 분류한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를 도와줌으로써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사회 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는 인간의 학습과 인식 성장에 큰 도움을 주어 인류가 성장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위의 모든 것들을 항상 분류하고 구분해 나간다.


이 구분의 행위에서는 인간 역시 그저 분류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인간을 성별, 인종, 세대 등 신체적 특징으로 분류하고, 경제력에 의한 계층이나 성적 지향, 종교, 거주지 등으로 또다시 세분화한다. 문제는 이런 구분 행위에서 개인이 가진 특성이나 다양성은 철저히 배제되고 그 집단이 가진 특성만을 강조하기에 그 안에서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겨난다. 이런 편견은 집단이 가진 부정적인 면들에 사회적 낙인을 찍어버리고 그 낙인을 통해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서 제도적 차별을 구조화한다.


여성, 인종, 장애인, 성소수자, 이민자, 저소득층, 소수 종교인 등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 받는 집단들이 이런 구분의 폭력에 대상이 된다. 이런 차별 안에서 그 집단에 속한 개인들은 자아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그 제한된 틀에 갇혀 스스로 자아를 왜곡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구분이나 분류가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의 시선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분 짓고 계층화하는 것은 사회를 더 쉽게 통제할 수 있게 만들고, 사회적 자원과 특권을 사회의 주류들에게 배분할 수 있게 만들어 권력 유지의 기틀을 만든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고 주류를 긍정하고 비주류를 부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집단 간의 갈등을 조장하여 사회 내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적 전략으로 사회적 구분이 사용된다. 여기서 비주류에 속하는 집단들은 항상 차별의 대상이 된다.


앞서 말했든 구분과 분류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행동이다. 그러니 구분 짓는 행위의 기준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런 구분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유연하고 포용력을 가진 분류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구분과 분류가 항상 사회적 주류의 시선에만 맞춰진다면 우리는 구분의 폭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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