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마타도어에 대해서
투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몇몇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 행해지고 있는 문화로 인간과 소의 싸움을 구경하는 오락이다. 투우사는 붉은 천을 흔들어 소를 유인하고, 말을 타고 와 창으로 소를 찌르거나 작살을 던져 소를 공격하면서 흥분시킨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투우사가 달려오는 소의 심장에 검을 꽂으면 소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경기도 마무리가 된다.
소의 숨을 끊는 이 투우사를 스페인에서는 마타도르(Matador)라고 부른다. 이 단어가 한국에서는 영어/독일식 발음으로 마타도어로 발음되고, 그 의미가 투우사보다는 흑색선전, 즉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상대방을 속이고 혼란하게 만드는 정치적 비밀 선전을 뜻하게 되었다. 재밌는 사실은 이 단어는 스페인에서 왔고 발음은 영어식으로 하는데 정작 흑색선전의 의미로 마타도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뿐이라는 것이다.
기록을 찾아보면 1960년대부터 마타도어가 정치권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근대정치가 자리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흑색선전은 곁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접하는 매체가 한정적인 시절과 비교해서 현대에는 더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했고, 그와 함께 수많은 거짓 정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 흑색선전은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진화했다. 과거에는 TV나 언론 같은 대형 미디어들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SNS를 통해 개인의 사상, 취향을 파악하여 선전이 잘 먹혀들 것 같은 사람들에게 조작된 정보가 전달된다. 이는 대중의 확증 편향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그들이 믿고 있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들을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그 신념을 더욱 강화하여 한쪽으로 편향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편향된 신념에 갇힌 사람들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심화한다. 그 안에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는 한없이 옅어진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AI봇, 딥페이크 등의 기술을 통해 이런 거짓 정보들의 생산은 더 빨라지고 더 정교해지는 것을 봤을 때 가짜 뉴스의 범람은 앞으로 더욱더 많아지고 커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들의 사실 검증 시스템 강화와 그에 대한 책임 강화, 법적 대응과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이런 가짜 뉴스들에 휘둘리지 않는, 스스로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답일 것으로 생각한다.
투우사가 휘두르는 붉은 천에 흥분해 날뛰는 소는 결국 수많은 상처를 입고 숨을 거두게 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