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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오기 May 25. 2023

우리만의 집짓기 - 마음대로 1

내 집짓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제서야 나도 단독주택의 주인이 되었다.  

하고 싶었던 로망 거의 다 때려 넣고 마음대로 집을 지었다.  


집짓기란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는 수많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선택이라는 고통이 참기어려울 것이고

문제해결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곡절고 많고 사연도 구구절절한 여정이 너무도 괴로울 것인데

급한 성질을 가진 나한테는 원하지 않았던 득도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니 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어려 읽은 인상깊은 제목의 세이스피어의 극의 제목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이게 결과물이 좋아서 좋은 것인지, 더 없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좋은 것인지, 아니면 진짜 끝난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좋다. 그래서 나는 나의 집짓기를 글로 나누기로 결정한다. 


내 집짓기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난 성인이 되자마자 여건따라 1년씩 이사다니면서 미국에서 월세로 15년을 살았다. 이사는 싫었지만 매번 다른 미국식 연립주택에서 사는 것은 한편  재미있었다. 아마도 내 주택살이에 대한 로망은 여기서 싹트지 않았을까?. 그리고 서울와서 15년은 동생의 아파트에서 맘 편히 지냈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누가 물으면 주택살이가 꿈이라고 대답하기 시작한 것이. 하지만, 딱히 주택살이를 위해 한 일은 1도 없었다. 이건 아주 현실적인 이유인데, 가끔가다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딱히 집에 뭘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특히 서러울만한 일이 없었기에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15년 전에 귀국하면서 동생집을 빌려살게 된 것이 그랬고, 아주 소극적으로 알아본 시세에 대한 정보로 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살고 싶은 곳에 살 수는 있겠구나하는 경험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바쁘게 15년을 일만 했다. 잘 하려고 종일 일했고, 다른 곳 보지 않고 일만 했다. 그리고 일을 잘 해가고 있었다. 적어도  지난 2020년 동생집을 나와야 했던 시점까지 말이다. 


집값이 하늘을 찌르던 그때, 꼭 이사를 해야했던 그 때, 난 처음으로 지난 15년을 후회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왜 내 집 마련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그리고 화가 났다. 나 한테도 화가 났고, 나를 그냥 뒀을 뿐 아니라 자기들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구들에 화가 났고, 그리고 미친 듯이 집값을 오르게 만든 모든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마치 잃어버린 15년을 만회하듯 미친듯이 단독주택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여기서 아파트는 완벽하게 배제되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아파트는 내가 원하는 집이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사려면 옛날에 샀었어야지 2-3배 오른 아파트 가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스로를 바보로 인정하는 것 같았고, 새로 산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 계속 괴로울 것 같았다. 그러면서 단독주택은 덜 올랐으니 지금 사도 된다는 스스로에 대해서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홀린 듯이 집찾기 4달 만에 지금 집을 계약했다. 첫눈에 맘에 들었던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조사해 본 것도 아니고, 많이 지친 것도 아니었고, 꼭 사야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집을 사야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냥 괜챦아 보였고, 어쩌다 3곳의 다른 부동산에서 그 집을 소개받았고, 그리고 어느날 그냥 그 집을 원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냥 덜컥 계약을 했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그 아파트 값이 미치듯이 오르던 광란의 시대에, 집이 없어 불안감을 느낀 상태에서, 인내심이 부족한 내가 부족한 인내심을 여지없이 발휘한 결과라고 하면 가장 설명이 잘 되는 것 같다. 가장 나다운 의사결정이었다.ㅠ.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가 이 집을 살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뭘 몰라도 한참 몰랐다. 너무 신중하지 못한 어리숙한 의사결정이었다. 그런데 어쩌랴. 이미 엎어진 물. 이미 이 집은 내것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싼 수업료를 낼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채 집짓기에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오늘의 교훈

단독주택을 살 때는 반드시 50채 이상 보고 사자! 급한 성질도 숫자를 이기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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