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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두를 신은
Aug 10. 2024
왜? 굳이?
- 고마워. 당신의 지적은 참 합리적이군, 이럴 리가 없잖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성정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나나 내 남편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자기중심의 끝판왕이다.
오늘은 내 생일, 그러나 이제 곧 개학. 일어나자마자 아들이랑 남편이 먹을 불고기도 해놓고, 반찬도 식탁에 세팅해 놓고 가방을 챙겼다.
"수업 준비하러 도서관 다녀올게."
그러자 남편이 덩달아 옷을 입었다.
"그래? 그럼 내가 차 태워줄게. 가는 김에 케이크도 사고."
"그럼 나야 좋지."
걸어서 7분이면 가는 곳이라 걸어도 좋지만 공짜라이딩은 더 좋은 법. 도서관에 다 왔을 때 남편이 말했다.
"차 돌려서 내려줄게."
"왜? 그냥 내려주고 쭉 가면 빵집 있잖아. 그냥 내려줘. 나는 건너가면 돼."
"아니, 돌려서 내려줄게. 나는 반대편 쪽 빵집 가려고."
"왜? 거기는 대로변이라 주차 금지인데. 요 앞 빵집은 주차장도 있잖아."
"반대편 쪽 빵집 뒤편 아파트 단지에 차 세우면 돼."
"왜?"
두 빵집은 똑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이라 케이크가 다른 것도 아니고 내가 말한 빵집은 불과 50미터 앞에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갑자기 한숨이 나온다. 이미 차는 유턴을 하고 있었다. 나의 합리적인 지적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무진장 나빠졌다.
"알아서 해라."
내려서 도서관 올라가는데 왜? 굳이?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 걸음쯤 걸어서 도서관 문을 들어갈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차까지 태워준 남편에게 별일도 아닌 것으로 따따부따 참견을 했을까?
차 태워줘서 고마워, 케이크 사줘서 고마워.
이러면 될 것을. 아휴.
오후에 케이크를 먹으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궁금해서 그런데 왜 그 빵집에 간 거야?"
"응, 그 빵집이 ㅇ카드 포인트 할인이 돼.50퍼센트. 도서관쪽 빵집은 직원이 잘 몰라서 그런지 안된다고 그러더라고."
그랬던 거다. 남편은 괜한 고집을 썼던 게 아니었다. 내 기준에서 본 최선이 정말 최선은 아닐 수도 있었던 것이다.
세상사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