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했던 장소와 사진 기록
오랜만에 들른 바닷가에 카페가 하나 새로 생겼다.
작고 아담한 카페엔 둥글고 아늑한 창가 자리가 하나 있었지만 강아지 동반인 우리는
야외 의자에 앉아 스파클링 딸기레모네이드를 마셨다. 단맛 하나 없는 아주 건강한 맛이었고
수분 충전을 빵빵하게 해주는 음료였다.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와 하늘, 주말을 맞아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남편과 나 순해는 오전시간 여유롭게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정오가 되며 해변이 더워지고 사람들이 많아지자
우린 던킨으로 향했다.
던킨의 넓은 야외 파티오엔 블라인드가 쳐져있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있었다.
한편에서 여학생 한 명이 홀로 공부하고 있었다,
우린 한적한 분위기에 신나서 테이블과 의자를 물티슈로 싹싹 닦고
캐러멜 마키야또와 도넛 두 개를 시켰다.
남편은 도넛을 자르고 난 읽고 있던 전자책을 펴는 순간,
"야 여기 조용하고 좋네!! 여기 들어가자!"
한국인 세 명이 큰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뭔가 불안했다.
하필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 옆자리에 자리 잡은 그들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는 우리들까지도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큰 목청을 자랑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한국말이라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 없었고
귀에 쏙쏙 박히던 그들의 사생활 내용이 지나치다 싶을 때 남편과 나는 마지막 도넛조각을 입에 넣곤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안녕 담에 또 올게.
시원하고 조용해서 더 머무르고 싶던 던킨.
세 번째로 들린 곳은 내가 좋아하는 화원이었다.
잠시 야외용 흔들의자에도 앉아있다가 인테리어 용품도 찬찬히 구경하려 했지만
이번엔 남편의 배가 구경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까 마신 캐러멜 마키야또의 우유가 남편의 잠자고 있던 예민한 장을 깨웠고
우린 큰일이 나기 전에 (?) 서둘러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제일 잠깐 머물러야 했던 예쁜 화원 속 의자.
남편의 예민해진 장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나와 순해는 아이템숍을 둘러보았다.
옷, 접시, 향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들 중에서 내 눈에 제일 띄는 건 소파와 의자들이다.
보들하고 폭신하며 따뜻한 색감의 가구들이 따뜻한 조명아래 놓인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곳곳에 이렇게 예쁘고 편한 소파가 있어 숍을 구경하다가도 여유 있게 쉴 수 있어 좋다.
물론 남편이나 남자들이 많이 앉아있다는 사실ㅎㅎ
쇼핑 삼매 중인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들처럼
나도 잠시 소파에 앉아 전자책을 읽던 중 한결 편안하고 밝아진 목소리의 남편 전화에 숍을 나왔다.
나름 긴박했던 순간을 잘 모면한 남편과 나는
한숨 돌리기 위해 홀푸드 마켓 야외 테이블로 향했다.
여기에선 홀푸드 푸드코트의 따뜻한 피자나 파스타,
오렌지치킨 등을 먹을 만큼 사서 야외테이블로 바로 가져와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이 솔솔 나는 따뜻한 음식들을 보면 하나씩 먹어보고 싶어진다.
난 제일 큰 상자를 집어 들고 내가 좋아하는 맥엔치즈를 밑에 두둑이 깐 후, 그릴치킨, 미트볼 파스타, 밥, 그린빈 순으로 꾹꾹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쏙쏙 골라 먹을 수 있는 미니뷔페 느낌이다.
남편과 나는 야무지게 싹싹 상자를 비웠다.
밥을 먹고 난 후 난 다시 전자책을 꺼냈다.
햇빛을 막아주는 천장 그늘밑에서
에어컨 바람이 아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한국인 이라면 어디선과 봤을만한 글귀인
’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 를
실천하는 맘에서
오늘 우리에게 편안함을 제공해 준
공공의 장소들이
앞으로도 깨끗하고 소중하게 잘 보존되길
바라는 맘으로
머물던 자리에 남은 부스러기들을 싹 닦고
의자를 제자리에 쏙 넣은 후
우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