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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Sep 12. 2024

슬라이드 수업을 준비하며

ESL수업에서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하여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 덕분에 나도 모르고 있던 대한민국 면적과 인구수, 최대 수출 품목등을 검색하며 나름 공부할수 있었다.


발표할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같이 수업을 듣는 k님이  메시지를 자주 보내셨다.

연세가 우리 엄마와  같은 분이셨고 영어수업에 대한 열정이 크신 분이었다.

메시지로 얘길 나누면서 드는 생각이 아무래도  피피티 만드는 걸 도와줬음 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연장자 분들에게 폰이나 랩탑 쓰는 법을  알려드릴때 종종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 하게 된다.

  몇 번이고 다시 가르쳐 드려야 하는 걸 머리론 알지만  반복되는 설명에도  끝내 다른 걸 누르시며 안되는데.. 하는 모습을 보면  내 안의 버럭이가 튀어나오려고 할 때가 있다.



 k님이 쓰고 계시는 ppt프로그램에서 사진을 첨가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스크린 샷을 보내주셨는데

처음 보는 프로그램인 데다 비디오콜도 안돼서 전화상으로만  설명을 주고받으려니 제대로 도움이 돼 드리질 못하는듯 했다.k님은 연신 미안해하시고 나 또한 어떻게 할지 몰라하다가 남편분이 오시면 다시 물어보면 된다고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 후 저녁시간이 되어 쉬려고 하던 차에  k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쉬려는 도중에 전화가 오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좀 섞인 말투로 설명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도 어떤 걸 설명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림잡아 짐작 해가며 설명해 드렸다. 정확하지 않은 설명에도  k님은 많이 고마워하셨다.

 k님은 내 또래의 딸이 좀 먼 지역에 살고 있다고 했다. 딸이 가까이 있었음 이런건 금방 해줬을 텐데..하며 아쉬워하는 말끝에서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핸드폰 쓰는 법을 모르고 당황할 때 멀리사는 나대신 누군가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런 걸 알면서도 성심성의껏 가르쳐 드리지 못한 거 같아 후회가 되었다.


다음날 나에게 k님이 문자를 보내셨다.

"00 씨 고마워요 어제 마쳤어요, "

-다 하셨어요? 다행이에요!

"서툴게 했어요"

-그래도 수고 많으셨어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지만  내 시간을 뺐을까 봐 k님 혼자 ppt를 만들며 애쓰셨을  모습이 그려졌다.



다음날 ESL시간이 다가왔다.

멕시코와 중국에서 온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중국인 학생은 우리나라 한복 같은 옷을 보여주며  중국 고유의 한푸란  옷이라며 연신 설명하였고

어떤 학생은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는 지도를 써서 내심 심기가 불편하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k님이 발표를 하겠다고 하셨다.

근데 ppt가 안 열리는것이었다. 당황하시다가 시간이 많이 지체될 거 같다고 다른 분 먼저 하시라고 하셨다.

안 열리면 어쩌나 나도 맘 졸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다른 학생의 발표가 끝난 직후 드디어 k님의 ppt가 열렸다.

 ppt속의  글씨는  컸다 작았다 하였고 사진이 글 위에 올라가 있기도 했고  어떤 사진은 반만 나와있기도 했다.

하지만 k님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또렷했고  힘 있게 준비한 내용들을 설명해 나갔다. 그중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점령하려 했던 역사적인 내용에 대한 발표도 있었는데 다국적 학생들이 있는 자리다 보니 예민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한푸를 보며 참고 있던 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까지 열심히 발표한  k님은 마음이 벅차셨는지  우리나라만 이렇게 갈라져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울먹이셨다.

갑작스러운 울음이었지만 학생들과 선생님은 다 같이 위로해주며 잘 모르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질문과 응원들을 이어나갔다.

세련되지도 매끈하게 정돈된  ppt도 아니었지만 k님의 발표는 다른 누구보다 정성스러웠고

의례 형식적으로 만든  ppt가 아닌,  자료를 만들면서 가졌을 모국에 대한 순수한 자부심과 사랑이 느껴지는 듯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k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k님! 오늘 ppt 너무 잘하셨어요!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제일 감동적인 발표였어요!

-고마워요 나이 들어서 감정조절이 안돼서 주책을 부린 거 같아요 ㅎㅎ

아녜요! 시원하게 잘하셨는걸요.

-나이가 들다 보니 젊은 친구들처럼  컴퓨터를 잘 다루질 못해서 걱정이네요..

지금도 정말 잘하고 계세요! 조금씩 꾸준히 배워가시면 되죠^^

-ㅎㅎ 고마워요.


앞으로도 k님에게 도움을 청하는연락이 온다면 친절한 설명과 함께 배움을 향한  무한한 응원을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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