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에 드는 요소들을 모아놓은 공간
우리가 종종 들리는 단골 카페가 있다.
작년쯤 우리집에 방문한 동생과 엄마를 공항에 모셔드리고 우연히 들리며 알게 된 카페인데
길가에 눈에 띄게 위치한곳이 아닌
새로 지은 조용한 아파트 단지 품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나와 남편이 이 카페를 애정하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우선 강아지 동반 카페라는 점이 제일 크다. 실외 파티오뿐 아니라 넓은 실내 안에서도 강아지와 함께 앉아있을 수 있다. 더운 날이나 추운 날 야외가 아닌 시원하고 따뜻한 실내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외식을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기에 이 공간이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거기에 강아지 전용 퍼푸치노는 무료 제공이고 소금 간을 안 한 강아지 패티도 주문할 수 있어서
순해도 오랜만에 집밥 아닌 외식을 즐길 수 있다.
카페 앞에는 바로 강아지 공원이 있어서 밥을 먹으며 여유롭게 뛰어노는 강아지들을 구경할수 있다.
아무리 펫프렌들리라 해도 카페이기에 밥과 디저트, 음료가 맛있어야 자주 찾게 되는데
이곳은 맛집이기도 했다. 남편은 토티야나 햄버거 종류를 자주 먹는데 기름기가 적고 재료가 신선해서 질리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생선가스 덮밥이다.
흰밥 위에 큼지막하게 썬 생선가스와 잘게 썬 토마토, 고소한 아보카도, 채소들과 매콤한 마요네즈 소스의 조합은 정말이지 최고다. 다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면서 든든하다.
주식은 밥을 선호하지만 디저트는 또 밀가루를 따라올 수 없기에 계산대에서 케이크를 골라온다.
이곳의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고른 디저트를 예쁘게 플레이팅 해서 갖다 준다는 점이다.
사실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카페라 직접 케이크를 받아와도 되는데 레스토랑처럼 잘 꾸며진 케이크를 직접 가져다주는 점원에게서 따뜻함과 정성을 느낀다.
최근 먹었던 케이크는 당근케이크와 티라미수였는데 특히 당근케이크의 적당한 달달함과 은은한 당근향이 매우 감미로웠다^-^
이 카페를 좋아하는 세 번째 이유는 셀프서비스라는 점이다.
주문한 음식을 점원이 가져다주고 나면 나머지 물이나 소스, 휴지 같은 건 자기 스스로 자유롭게 가져올 수 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점원이 필요한 모든 걸 가져다주고 수시로 맛이 괜찮은지 물어보러 오는 게 나에겐 참 부담스러운데 여긴 그러지 않는점이 참 편하고 자유롭다. 팁에 대한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점은 세면대와 화장실의 분리 구조이다.
이곳은 손을 씻을수 있는 널찍한 세면대가 화장실 밖으로 나와있다.
화장실을 쓰지 않고 손만 씻고 싶을 때는 굳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밖에서 바로 씻을수 있어서 좋다.
덕분에 강아지와 함께 여유로운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어찌 이리 내 맘에 드는 요소들을 카페에 모아놓은 건지 갑자기 카페 사장님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사장님을 만나게 된다면,
‘저와 취향이 좀 비슷하신 것 같네요..’
라며 혼자 속으로 내적 친밀감을 느끼지 않을까.
아무쪼록 앞으로도 편하게 들릴 수 있는 강아지 동반 단골 카페로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어 주길 바라는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