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재밌게 읽은
유안 작가의 ’ 유쾌한 고독‘.
책의 제목처럼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하는 시간은 나에게 유쾌한 고독의 순간이었다.
머물 방에 짐을 풀고 잠을 자기 전 읽는 책은 오는 동안 피로했던 몸과 맘을 노곤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어 잠이 드는데 도움이 됬다.
맨해튼으로 나서며 책을 읽는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산한 시간의 기차 안,
푹신한 의자에 앉아 햇살이 비치는 커다란 차창에 기대어 여유롭게 책을 읽는 시간은
여행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걷던 중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읽는 책은 쉼표 같은 시간이다.
세상 화려한 도시를 구경하느라 풀어헤친 머리처럼
어수선해진 정신을 책 속 문장 한 줄 한 줄로 다시 끌어온다.
숨을 돌리고 좋아하는 음료수를 마시며 다시 걸어 다닐 힘을 충전하는 시간이다.
여행을 하던 중 지역 도서관에서 영어 원서들 속 한국 서적을 발견할 때면 몇 안 되는 그 책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 재밌을 거 같은데 집에 빌려갈 순 없으니 한정된 시간 속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읽는 효과를 얻는곳,
그곳이 여행지의 도서관이다.
스테이를 하시는 부모님 집에 머물면 방을 옮길 때가 있다. 지붕모양 천장이 아늑함을 주는 다락방에 짐을 옮기고 침대에 배를 깔고 책 읽는 시간.
다락방에서 책을 읽을 때면 어릴 적 갔던 캠프가 생각난다. 세모난 지붕 모양의 숙소에서 여러 명과 생활했던 어렴풋한 기억.어렸을 때라 나의 의지가 아닌 학교 행사나 방학 활동 등으로 해야 했던 다소 버거웠던 단체 생활이었다.
세모난 지붕 아래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니 나 혼자 캠핑을 하며 조용한 여유를 누리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커다란 공항 창문 앞에 앉아 책을 폈다. 파랗던 가을 하늘이 점점 붉어지다가 푸르스름해졌다, 어둑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대기하는 테이블마다 조명등이 환하게 켜져 있는 모습이 뉴욕 도서관을 연상시켰다. 비행기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항은 의외로 정말 독서하기 좋은 장소였다.
이제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뉴욕에서 산 책을 짬짬이 읽어오다 드디어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더 재밌었고 감동이 있던 책, ‘보이지 않는 집’ -백희성작가
어디까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가 모호해 다 읽고 나서도 의문과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이번 뉴욕행 동안 이 책과 쭉 함께 하며 사이사이마다 읽어가다 보니 돌아가는 날에 맞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2024년 가을을 떠올릴 때면 뉴욕의 가족들과 함께했던 7일간의 소중한 추억들 한켠에 이 책도 조용히 놓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