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 눈덮인 산과 폭포 구경하기
동부에 살고 있는 동생이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왔다.
일주일간 머물며 작년에 안 갔던 곳으로 같이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 보니, 집 근처의 가보지 못했던 폭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나와 남편, 내 동생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폭포를 보기 위해 한 시간 거리의 꽤 큰 산으로 향했다.
가방엔 스팸과 계란을 넣은 진짜 주먹만 한 주먹밥 3개 , 물 두병, 작은 빵 몇 개를 넣었다.
산 밑 주차장에 도착하니 너무 오랜만에 보는 커다란 설산이 안개를 목도리처럼 걸치고 있었다.
비가 온 후라 높은 나무들 사이로 퍼지는 피톤치드 향도 참 싱그러웠다.
선인장과 마른풀들이 대부분인 캘리포니아 산들과는 달리 , 진갈색의 높이 뻗은 굵은 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뉴욕의 어느 숲에 온 기분이었다.
폭포를 보려면 흐르는 물을 거슬러 걸어가야 했다.
남편은 소중한 우리의 식량들을 넣은 가방을 메고 진두지휘 했다.
“빠지지 않게 조심해! ”
남편은 흐르는 물 위 돌들을 밟으며 말했다. “앗!“
소리에 쳐다보니 남편 왼쪽 발이 물속에 빠져있었다.폭포에 도착할 때쯤 나와 내 동생의 운동화는 뽀송했지만 “조심!” 을 외치던 남편은 오른쪽 운동화 마저 시원하게 개울물에 담그고 서 있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걷다가 잠시 쉬며 주먹밥을 맛있게 먹고 폭포에 도착했다.
고요한 산속에서 비가 온 뒤 불어난 폭포만이 투명하고 힘찬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비록 작은 폭포였지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노라니 매번 쇼핑몰에서 본 다듬어진 인공 분수와 다른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듯했다.
폭포에서 뒤를 돌아보니 안개 같은 구름에 휩싸인 하얀 산 밑으로 그림처럼 예쁜 산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을 짓는지 굴뚝에선 푸른 연기가 솔솔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음엔 산밑 오두막집에서 하루정도 머물면서 그냥 하루종일 강아지랑 산책하고 책 읽고 마당에서 불멍도 하며 달달한 스모어도 구워 먹으면 낭만적이겠다고 F인 내가 말하자 T성향의 남편은 곰이 음식냄새 맡고 올 수 있다는 위험 가능성을 바로 제시했다.
주차장 쪽으로 다시 돌아와선 이대로 가긴 아쉬워 간단히 숲길을 좀 더 걷고 가기로 했다.
상쾌한 산공기를 마시며 걸어서 그런지 강아지도 응가를 두 번이나 했고, 서늘하고 그늘진 숲길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쌓여있어서 우리 강아지랑 처음으로 같이 눈길을 걸어 보다가 발바닥이 시릴 거 같아 안아주었다.
짧은 산행을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오늘 운동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아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남편과 동생과 함께 산밑 다운타운의 원조 스테이크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올드 타운이라 그러한 건지 ,
진짜 찐 맛집이어서 인지 레스토랑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꽉 차있었다.
스테이크와 살라미, 렌틸수프, 작은 사이즈의 햄버거를 시켜 맛을 보니 자극적이지 않은 미국 집밥 같은 느낌과 친절한 할머니 할아버지 직원들을 보며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는 차속에서 우린 여러 가지 잡담을 나눴다.
“아까 내려오는 길에 있던 오두막에 사는 사람들은 진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거야”
“거기서 아이들 키우면 대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얼마나 신나게 자랄까? “
“그래말이야, 그리고 왠지 leave the world behind에 나오는 케빈 베이컨 같은 아저씨 스타일도 있을 거 같고..”
“ 맞아, 나는 내손으로 지킨다란 느낌으로 막 장총도 가지고 있고.. “
“그렇지 ..여긴 야생동물도 많아서..”
“ 그래도 담에 하루 정도는 산에 머물러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