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이젠 조금 더 뛰어봐도 돼'라며 제한을 풀어주는 듯 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러닝 앱에 5km를 맞추고 뛰기 시작한 아침이었다.
헌데
날이 좋아서인지,
듣고 있던 유튜브 동영상이 자극이 되었는지,
공복 상태인 몸이 오늘따라 더 가볍게 느껴졌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날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평생 5km만 뛸 것 같던 내가 처음으로 한 시간 동안 10km를 뛰었다.
우선 오늘 아침 공기는 시원하면서 바삭한 느낌이었고 따뜻한 햇살이 거리마다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난 러닝앱의 시작을 누르며 달리기의 중요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다큐 중에 70대 이상이신 분들의 마라톤 동호회를 인터뷰하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회원분들 대부분이 풀코스 마라톤을 천 번 이상 출전하시고 제일 적게 하신 분이 700번 참가를 하셨다는 내용에 뛰면서도 헉소리가 났다. 어떻게 그렇게 뛸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할아버지 러너들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 힘들지 않게 꾸준히 달리면 끝까지 달리수 있게 된다"라고 하셨다.
어르신 러너분들의 조언에 나도 모르게 '내 속도에 맞춰 살살 뛰다 보면 내가 규정지은 것보다 더 많이 뛸 수 있게 되지 않을까'란 묘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매일 5km만 뛰지만 6km , 7km로 서서히 늘리며 뛰어보자고 생각만 했었는데 오늘 몸상태가 왠지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10km를 뛸 수 있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아침 공복 상태인 데다 어제저녁엔 너무 배가 부를 때까지 먹지 않기를 실천해 보자며 나름 가벼운 음식들만 먹고 잔 게 도움이 된듯하기도 했다.
30분을 뛰니 5km 달성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앱에서 들려온다. 평상시엔 서둘러 정지 버튼을 누르고 오늘 할 일을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설렁설렁 집으로 향했을 테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5km가 짧게 느껴진다.
내 몸이 나에게 '이젠 조금 더 뛰어봐도 돼'라고 속삭이며 제한된 거리를 풀어 주는 듯했다. 매일 달리던 길을 달리고 있었지만 마치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넘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처럼 1km 당 약 6분 정도의 속도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었다. 숨은 차지만 충분히 계속 달릴 수 있겠다란 느낌이 드는 속도이다. 50분 정도 뛰었을 때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어깨가 조금 결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 팔이 몇 번 빠진 적이 있어서 팔을 너무 흔들며 달리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슬쩍슬쩍 러닝 앱을 보니 어느새 한 시간 동안 6.21마일을 지나고 있었다. 드디어 10km 달성이었다!
달려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거리를 실제로 달려본 기쁨과 성취감으로 실실 웃으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못 참고 엄마와 동생에게 자랑을 했다. 상기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도 자랑을 하고 또 누구에게 자랑을 해볼까 생각을 하다 너무 오버한다 싶어 자중했다. 총 600칼로리를 소모했다고 하니 오늘 맘 편히 라면 하나는 더 먹을 수 있겠단 생각에 뿌듯했다.
한 러너의 영상이 떠올랐다. 매일 뛰다 보니 달리고 난 후의 성취감과 기쁨을 알기에 어느새 매일 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고 지금보다 덜 뛰지 않게 되었다고. 나도 그렇게 러닝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오늘처럼 매일 10km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또 한 번 내 몸이 더 멀리 나아가도 된다고 알려주는 날이 자연스레 오겠지, 그리고 지금보다 덜 뛰지 않게 성장하겠지란 생각을 하며 러닝앱 설정 거리를 수정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