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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Nov 03. 2024

한국에서 책 한 권만 구해 줄래?

절판이 된 나의 인생책을 찾아서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에 친정 부모님을 뵈러 갈때 동서는 뭐 사다 줄 게 없는지 항상 묻는다.

나는 미국에도 한국 제품이 대부분 들어와 있어서 특별히 뭐 살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다녀오는 거라  안 그래도 짐이 많을 텐데 거기에 뭘 더해서 가져오게 하는 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그랬던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한 가지를 부탁을 하게 되었으니

 정지우 작가의 '행복이 거기에 있다, 한점 의심도 없이' 란 책 한 권이었다.

전자책으로 먼저 읽어 본 책인데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과 매일의 글쓰기, 아내와 아이에 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 맘이 따뜻해지고 나 또한 내 소중한 일상을 기록해 나가야겠단 맘이 샘솟는다. 부드럽게 와닿는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가며 읽고픈 맘이 들어서 종이책으로 소장해야지 생각했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한국책은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그래서 며칠 전 온라인으로 이 책을 구매하곤 우편함을 매일 열어보며 얼른 도착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책들이 배송된 날, 다른 책들은 모두 도착했지만  내가 제일 기대했던 이 책은 정작 도착하지 않았다.  

 서점에 전화를 걸어 배송 실패 사유를 물으니  "절판"이라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다른 미국 서점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언가를 이렇게 간절히 소유하길 바랐던 적이 언제였던가.

내가 이리 책을 찾는데 열정적이었던 사람이었던가.

책이 구하기 힘들어질수록 오기인지 집착인지 갈망인지 모를 소장에 대한 맘은 더 커졌다.

 마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한정판 굿즈를 구하려는 팬과 같은 심정으로 꼭 책을 구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구할 수 있는 길은 중고책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중고서적은 한국 내에서만 배송이 가능했다.

마침 한국에 나가있던 동서에게 카톡을 했다. 아이와 재밌게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다가 끝으로 나지막이 부탁을 했다.

" 혹시 책 하나만 구해줄 수 있을까?

행복이  거기에 있다 한점 의심도 없이란 책인데.."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한국에서의 일상에  방해가 될까 부탁은 항상 조심스럽다.

 밝은 성격의 동서는 흔쾌히 구해보겠다고 했다.

때마침  한국에 있어서 책을 구해줄 수 있는 동서에게  고마웠다.


며칠 전  한국에서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동서를 만났다.

난 뉴욕에 다녀오며 사온 라일락 초콜릿을 동서에게 건네주었고  그리 고대하던  책을 소중히 건네받았다.

한국에서 사다준 또 다른 선물인  구운 김 또한 너무 고마웠지만  절판으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구하기가 힘들어질  책을 선물 받으니 어떤 값비싼 물건보다도 가치 있게 느껴졌다.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가의 작품들을 오픈런으로 구입하고 서둘러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에게 정말로 잘 맞는 작가들을 탐색하는 여정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내 인생을 통째로 관통하고 내 존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흔드는 것 같은 '나의 작가'.

그 작가는 아무도 관심 없는 서점 구석에 먼지 쌓인 무명작가일 수 도 있다.

                           -정지우 작가 인스타그램 글 중에서


나의 작가 중 한 명인 정지우 작가의 책을 읽으며  작가의 말대로 내 인생을 관통하는듯한 삶에 대한 통찰력에  엔도르핀이 샘솟는 희열을 느끼곤 한다. 모든 책에서 그러한 영감을 얻는건 아니기에, 나에게 잘 맞는 작가를  보물찾기 하듯 찾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를 뒤흔드는  책 한 권으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고 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독서가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바닷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를 찾듯 소장욕구를 일으키는 나만의 인생책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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