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꿈꾸게 하는 공간이 있다.
나에겐 책상 앞이 그렇다.
책상 앞 창문 너머로 나무들이 살랑살랑 흔들릴 때,
파란 하늘에 폭신한 구름들이 기차처럼 줄지어 갈 때, 저 멀리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산을 바라볼 때 단순하고 안온한 행복을 느낀다.
오늘 같은 일요일엔
아침엔 책을 필사하고 점심때는 캐러멜 마키야또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오후엔 잔잔한 재즈를 틀고 주문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렸다.
체력이 다 소진돼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면 내게 기운을 충전하는 방법은 무언갈 쓰거나 읽거나 그리는일 이란걸 알게 되었다.
창문밖으로 하루가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구경하며
책상 앞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조용히 집중하는 순간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으면 몸은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나의 영혼은 자유로이 여행하듯 즐거워진다.
나만의 책상 앞에서 계획을 하고 꿈을 꾸고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하루를 살 수 있게 된다.
마음이 힘들 때 에너지를 충전해 주고
조용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누구에게나 한 곳쯤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