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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단식 다이어트

여행 후 찐살 빼는 법

by stay cozy

5.29.2025

매일 아침 화장실에 다녀온 후 공복으로 체중계에 올라간다.

한국여행을 다녀온 뒤론 몸무게가 1~2킬로 왔다 갔다 증가해 있다.

매일 러닝을 하는데도 이렇다니 아무래도 방치했다간 요요가 올 거 같아 살짝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한 달 동안 먹었던걸 떠올려본다..

노량진 회, 양재역 한정식, 이모가 해주신 갈비찜, 롯데타워 파스타, 고속터미널 칼제비, 장충동 족발, 태극당 팥빙수, 제주 한정식과 용암카스텔라, 포천 장어, 달달한 마차라테 등등.. 거기에 시차적응이 안 된다는 핑계로 숙소에서 엄마와 함께 밤늦은 시간 라면물을 올리기도 했다.

저 때 장어를 하도 많이 먹어서 지금도 먹고 싶단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원 없이 먹긴 했나 보다.

아아 생각하면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이었구나! 하지만 이젠 한국에서 데려온 지방이들을 보내줘야 할 때다.


대학생 때부터 다이어트와 요요의 반복을 수차례 경험 해왔고 어떨 땐 요요가 오건 말건 그냥 놓아버린 때도 있었다. 1킬로 , 2킬로 방심하다 보면 5킬로 금방 찍고 그럼 점차 포기상태가 되고 그렇게 다시 최대 몸무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다 놓아버리는 맘까진 들지 않게 됬다. 아마도 그때보다 나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았다고 느끼기 때문인듯 하다.


아침 공복에 러닝이 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기에 예전만큼의 빠른 요요가 올 거라 걱정은 안됬지만

공복에 러닝을 해도 2킬로가 찐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게 신경 쓰였다. 신경은 쓰이지만 귀차니즘에 한 달간은 무시하며 뭉기적 거렸다.

그러다 내 몸상태를 살펴보니 한국에 다녀온 이후로 아침 시간에 허기가 많이 지고 라면이나 달달한 음식들이 당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혈당이 높아져서 자주 배가 고프고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혈당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단식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29일 목요일 아침 러닝을 마친후 반신욕을 하며 몸의 혈액순환을 높였다.

그리고 일이 있어 나가있었더니 감사하게도 반 강제로 먹을걸 먹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오후 4시 반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좀 긴 공복을 가져서 몸에 힘이 없었다. 누가 나한테 빨대를 꽂고 에너지를 쪽쪽 빨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도 좀 어지러웠다. 오후 5시 첫 식사를 했다. 삶은 양배추, 당근과 치즈, 계란, 아보카도, 방울토마토, 두부와 잡곡밥을 넣고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간장을 살짝 넣어 비빔밥과 샐러드 그 어딘가인 이 한 그릇 음식이 난 참 좋다. 그중에서도 요즘 삶은 당근에 빠져있다. 고구마같이 부드러운 식감에 달달한 게 참 맛있다. 근데 당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얼굴과 손이 주황색이 된 어떤 여성의 사진을 보고 뭐든 너무 과하게 먹으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 견과류 과자를 하나 집어먹었다.

먹고 나고 힘이 없어서 그런지 더 먹으려는 맘보다 얼른 자고 싶은 저녁이었다.


5.30.2025

공복을 늘려서 속이 가벼워졌지만 몸이 피곤해서인지 더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날 때 좀 더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 아침으로 토스트와 에그 스크램블, 커피를 해주고선 아침 러닝을 나갔다. 와.. 오늘 캘리포니아 온도는 아침부터 섭씨 30도를 넘으려는 듯하다. 서있기만 해도 햇살에 등이 따가웠다. 그래도 뛰어야 된다. 혈당을 낮추는 데는 공복 러닝이 최고니까. 새로 장만한 여름 러닝복은 몸에 딱 맞는 걸 샀다. 그래야 살찌는 걸 경계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뛸 때 어제 보다 배와 허벅지가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4.5마일을 달리고 나니 땀범벅이었지만 몸도 맘도 상쾌해져서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이웃과 이야기도 나누었다.

집에 와서 체중을 재보니 1킬로가 빠져있었다! 단식으로 힘은 없지만 체중 뒷자리가 바뀌니 기분이 좋았다.

자 이제 나머지 1킬로를 빼보자 하며 오늘도 저녁 5시까지 단식을 하기로 했다.

오후 12시쯤 되니 집안이 울리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세포가 다시 젊어진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더 젊어질 수 있다니 기쁜 맘으로 참는다. 어제보다 아침에 느끼는 허기도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확실히 기분은 다운되고 힘이 없다. 몸은 가벼운데 성격이 좀 안 좋아질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 친절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고 했지.

오늘도 낮에 밖에 나갔다 온후 오후 5시, 24시간만에 드디어 금요일 첫 식사를 했다.

식단은 어제와 똑같은 걸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저녁 9시가 되자 어제는 조용히 있던 부엌 팬트리에서 치토스가 나를 불렀다.치토스의 유혹은 엄청났지만 이 시간에 먹어서 단식을 망칠 셈이냐며 스스로를 부여잡고 브레이킹 배드를 보며 참았다. 10시가 넘자 신기하게 치토스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위험했던 밤을 무사히 넘겼다.


5.31.2025

오늘도 아침부터 햇살이 장난 아니지만 오전 8시 난 기계처럼 운동복을 주섬 주섬 입었다.

저조한 기분을 끌어올려줄 노래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몇 개 더 넣어주고 볼륨도 더 높여주었다.

공복혈당을 저 밑바닥까지 내려보자는 맘으로 4마일을 뛰고 집으로 돌아왔다. 단식을 한 이후 아침 허기가 사라졌다. 머리가 어질 거리는 것도 없었다. 하루 한 끼 먹는 단식을 해도 생각보다 난 멀쩡했다.

땀에 젖은 운동복과 얇은 머리끈까지 다 벗어놓고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드디어 한국에 가기 전 몸무게가 찍혀 있었다.


단식은 사실 힘들다. 그래서 한국에 다녀오고 나서 미루고 미루다 한 달이 지나서야 붙여온 살을 떼내자 하는 맘으로 가까스로 단식을 시작해 보았다. 비록 이틀이었지만 말이다. 처음엔 하루 꼬박 단식을 하려 했는데 도저히 기력이 달려서 하루 한 끼만 먹는 단식을 하게 됐다. 지난번에 10킬로 감량을 하며 느꼈지만 단식을 하면 처음 며칠간 미친 듯이 탄수화물이 당기고 괴로운 시간이 폭풍처럼 몰려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파도가 잠잠해지듯 안정되는 시기가 온다. 꼬박 하루를 단식하지 않아도 16시간 이상 단식을 하면 혈당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엔 단식이란 단어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는데 24시간마다 한 끼만 먹는 단식을 해보니 생각보다 견딜만하고 전보다 단식에 대한 두려움도 좀 사라졌다.


그리고 공복에 하는 아침러닝이 무엇보다 나에겐 다이어트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물론 식단을 안 하고 많이 먹게 되면 운동을 해도 체중이 줄지 않는다. 하지만 공복에 40분을 달리고 오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보다 체중이 많이 줄고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며 혈당과 부기를 빼는 데는 달리기가 정말 좋다는 걸 알았다.

예전의 난 좀 많이 먹은 날엔 죄책감이 들고 우울해지곤 했었다. 하지만 러닝을 시작한 요즘엔 '내일 또 달리고 단식시간을 좀 늘리지 뭐'하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가지게 됐다. 스스로를 실험해 보며 이렇게 하면 살이 빠지고 가짜 허기가 사라지는구나 알게 되는 과정들이 다이어트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느끼게 해 주었고 언제든 다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겠다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2킬로 감량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토요일인 오늘 공복 19시간 만인 오후 1시쯤 맛있게 매운 골뱅이 비빔 면을 해 먹었다. 상추와 미나리를 아주 듬뿍 넣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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