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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고 싶은 주말

캘리포니아의 일요일 사진과 기록

by stay cozy

국내외적으로 시끄러운 뉴스들을 뒤로 한채 우리의 소중한 일요일은 즐겨야 한단 맘에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쇼핑몰에 들려서 처음 가본 강아지 동반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바닐라마차라테, 마이안모카, 스콘, 벨기에 와플을 시켰더니 40달러가 나왔다. 와.. 점심때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밥을 먹고 나왔는데 디저트에 밥값이상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 물가 실화인가.. 거의 집밥을 먹는 편이라 자주는 안(못) 올 거 같지만 그래도 예쁜 강아지 동반 카페를 하나 더 발견한 것에 기뻐하며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책도 읽었다.

우리 강아지는 외출을 할 것 같은 날은 기가 막히게 알고 아침을 굶는다. 외식을 즐기는 강아지다. 벨기에 와플을 잘라 줬더니 냠냠거리며 엄청 잘 먹는다.


이 쇼핑몰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물과 인테리어제품들을 같이 파는 플랜트바(Plant Bar)가 있다.

커다랗고 예쁜 온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드는 이곳엔 정말 귀엽고 아기자기한 다육이들과 동물들 깃털 못지않게 화려한 잎들을 뽐내는 식물들이 이곳저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식물을 잘 키우는 금손도 아니고 엄청 좋아하는 편도 아닌거 같은데 이곳에 오면 내가 생각보다 식물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느끼게 된다. 미니멀을 지향하는 편이라 외출해서도 쇼핑을 잘 안 하는데 어느새 화분들 중에 어떤 게 더 예뻐 보이는지 남편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왠지 다 똑같아 보일 거 같은데도 남편은 왼쪽이 더 예쁜 거 같다는 성의 있는 대답을 해준다. 하나만 고를 수 없어 두 개를 샀다.

하나는 물방울 베고니아, 다른 하나는 이름도 예쁜 white princess 다. 물방울 베고니아는 전부터 사보고 싶었는데 굳이 식물을 늘려야 할까란 생각에 망설이다가 오늘 보고 있자니 한번 예쁘게 길러 보고 싶은 맘이 들었다.

white princess는 예전에 엄청 아끼며 기르던 적이 있다. 그러다 잠시 친정에 다녀오게 돼서 남편과 시어머니께 맡겼는데 며칠 후 식물이 목숨을 다했다며 작아진 목소리로 남편이 전화를 했었다. 자신은 분명 물도 잘 주고 햇빛과 바람도 잘 통하게 했다고 결백을 주장하는데 미스터리다. 한동안 백설공주야~~ 하며 정말 예뻐하던 식물을 떠나보낸 것에 애통해 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키워보잔 맘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화분들도 총 40달러가 들었다.

물방울 베고니아와 white princess

40달러짜리 디저트와 식물 중 어떤 걸 선택할지 묻는다면 남편은 디저트를 난 계속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할 것이다. 결혼 전엔 나와 다른 가치관으로 소비하는 이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미식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과 살다 보니 그 또한 가치 있는 소비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그 디저트를 함께 먹으며 나누는 행복한 감정과 소중했던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꼭 둘러보는 곳은 인테리어 샵이다. 여러 가지 콘셉트의 인테리어 샵들이 많지만 내가 가 본 곳 중 제일 인상 깊은 곳이었다. 우선 인테리어 제품들 색 조합이 환상적이라고 할까. 어떻게 소품하나 가구 하나 액자 하나에서 어긋나거나 튀는 색상이 없이 부드럽고 깔끔하다. 부드럽고 고운 해변의 모래 혹은 달콤하고 매끈매끈한 하얀 우유가 생각난다. 거기에 더해 독특하고 자연스러운 가구의 디자인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대박을 외친다. 그러다 슬쩍 보게 된 가격표로 인해 맘이 굉장히 차분해진다. 어차피 우리 집 거실은 블랙 콘셉트이라 잘 안 맞네 헤헷.

“오늘 돈 많이 썼다 그렇지?

괜히 식물 샀나...?

오늘 장보고 주유하면서도 300달러 넘게 썼는데.. “

“괜찮아. 매일 사는 거도 아니고 사고 싶은 거 사줄 수 있어서 난 기쁘지.”


요즘 물가도 오르고 세금도 매년 오르다 보니 필수품이 아닌 걸 사게 되면 죄책감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걱정이 많은 나를 남편은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다독여 준다.

캘리포니아는 날씨세가 붙어 세금이 높은 거란 우스갯소리처럼 그 와중에 날씨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사랑스러웠다. 햇빛은 따스하고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파랗다.

우리 옆으로 어떤 한국인부부와 아이가 지나갔다.

"여기 너무 좋은데 잠깐 앉아있다 가자."

오랜만에 한국인 세 가족이 작은 소리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주변을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반가운 맘이 들었다. 근처 사시나요? 하며 인사해 볼까 하다가 왠지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하는 맘에 결국 말을 걸지 못했다.

그 가족을 보니 우리들 모습 같아서,

그냥 소중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좋은 하루 되시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해주고 싶었는데. 에이 이럴 땐 붙임성 있는 외향인들이 부럽다.

다음엔 주말에 나갔다가 주변에서 한국말이 들린다면 용기 내서(?) 인사를 해보고 싶다.

경제도 정치도 힘든 시기에 같은 미국땅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맘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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