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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리 집 북카페 공간

내가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조용한 자리

by stay cozy

거실 코너에 책들이 쌓여가서 높은 책선반을 하나 놓을까 하고 선반을 주문했었다.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200달러인 책장을 취소하고 집에 있는 책상을 가져와서 책들을 진열해 주고 기존에 쓰고 있던 이케아 램프를 놓아주었다. 그 옆으론 쑥쑥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을 몇 가지 솎아 물꽂이해서 놓아주었다. 책과 벽사이엔 영어원서 페이지들을 콜라주처럼 붙여 만들어준 액자를 놓아주었다.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은 책을 보거나 무언갈 쓸 때 조금 높고, 다이닝 테이블은 살짝 낮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상은 골디락스가 찾은 아기곰 침대처럼 앉아서 읽고 쓰기에 딱 맞는 높이였다.

책을 진열할 수 있는 책장을 사기보다 가지고 있는 책상을 이용해 나만의 작은 북카페 같은 공간이 하나 더 탄생한 것이 나에겐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출입구와 부엌사이 거실 한구석, 이 조용한 틈이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다.

창밖의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들,

고요한 공기,

따뜻한 조명,

달달한 마차라테,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문장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좋다.

오늘은 공휴일이라 남편과 강아지는 늦잠을 자고 있었고 나 혼자 내려와 현관문을 열어놓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데 바깥에서 새들이 얼마나 예쁘게 지저귀는지

마치 고요한 숲 속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어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조용한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에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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