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건축탐구 집에
어릴 적 부모님과 10남매가 같이 살았던 시골집을 고친 분이 나왔다. 서까래를 살리고 구멍 난 걸 메꾸고 갈아내는 작업을 한 달 정도나니 너무 힘들어서 방에 누워 천장 서까래를 보았다고 한다.
그 순간 자식들 다 키워내고 빈 몸으로 껍데기만 남은 부모님의 갈비뼛속 같아 포근하면서도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한다.
집을 복원하고 나니 부모님이 살아 돌아오신 거 같은 느낌이 들고 식구들이 모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고 한다. 낡은 시골집이지만 팔지 말라고 하신 부모님의 말씀이 이런 선물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영상을 보며 우리 부모님의 70살 된 낡은 집이 떠올랐다.
내가 만든 샐러드가 맛있다고 잘 드시던 엄마와의 아침, 엄마가 해보고 싶어 하던 영상 편집을 알려드리다가 엄마한테 버럭 성질을 내던 저녁, 더운 여름 대문 앞에 모기에 뜯기며 같이 앉아 민박 손님을 기다리던 밤. 오랜만에 온 나에게 엄마가 깔아주신 새 이불의 향기. 친정집에 난 잠시 머물다 가지만 아빤 아빠만큼 이나 나이 든 낡은 집을 자주 손보고, 엄마는 아픈 무릎을 이끌곤 손때 묻은 이 집을 쓸고 닦고, 늦게까지 민박손님을 기다리겠지란 생각에 뒤척이던 작은 침대.
그래서 어쩌다 부모님 집을 만질때 오래된 외장재가 미라처럼 바스러지며 날아가는 걸 보며 부모님과 함께한 추억들이 먼지처럼 날아갈거 같아 한없이 서글퍼지기도 했다.
부모님 집에는 ( 내가 버리라고 잔소리하지만 )
나름 소중히 간직해 온 물건들이 엄마 아빠의 온기와 체취를 묻힌채 옹기종기 쌓여 있다. 부모님과 나, 내 동생이 함께했던 좋은 기억, 다투던 기억, 소소한 행복들도 벽장 속 수건들만큼이나 꽉꽉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