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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뉴욕여행기

아빠의 칠순기념

by stay cozy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도시

비행기 창가에 기대어 내려다본 맨해튼은 거대한 별빛의 바다 같다.

검은 강물 위로 반짝이는 다리들은 은빛 실처럼 이어지고, 끝없이 펼쳐진 빌딩들의 불빛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호흡하며 빛난다.

그 찬란한 야경은 동시에 작고 아기자기한 장난감 세상 같다.

마치 정성스레 쌓아 올린 작은 레고 도시가 반짝이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에 웅장함과 귀여움이 담겨있다.

하늘을 찌르는 맨해튼 빌딩숲은 사람들을 압도하고 도시의 박동은 따라잡기 벅차지만 이렇게 멀리서 내려다보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장난감 세트처럼 귀엽기만 하다.

부모님 집에 오면 대체로 머무르는 방

난 이방을 자매방이라고 부른다.

자그마한 일인용 침대가 창가에 나란히 놓인 모습이 마치 레이스 잠옷을 입은 언니와 동생이 써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침대시트도 분홍, 하늘색으로 깔아놓았을 때 제일 잘 어울린다.

나란한 침대 사이에 놓인 이 작은 책상이 며칠간 내 서재가 되어준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도 앉아서 읽고 빈둥거리고 사색하고 뭔가 적어보는 나의 공간을 만들어놨을 때 난 이 짧은 여행의 하루하루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진다.


아버지의 칠순을 기념하며 가족들끼리 머물렀던

A프레임 하우스

집 옆으로 윤슬을 머금은 냇물이 졸졸 흐르고 뉴욕 깊은 숲 속 작은 마을 안에 있단 점이 이 집에 대한 신비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버섯하우스를 테마로 한 숙소여서 집 곳곳이 산속요정들이 살듯한 덩굴들과 귀여운 버섯들로 꾸며져 있었다.

낮엔 세모 지붕 아래 커다란 창문 앞 침대에 누워 바깥으로 펼쳐진 초록잔디와 소나무숲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렸다.

밤엔 알전구 아래서 엘피로 튼 엘비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천진난만한 요정들이 보였다.

아마 요것이 이 집이 들어온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요술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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