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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오며 미묘하게 변한 나

by stay cozy

8년 만에 한국에 다녀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2주 전까지 난 부모님과 종로의 한 숙소에 같이 복작거리고 있었는데 지금 부모님은 뉴욕에 난 다시 캘리포니아 내방 침대에 누워있다.

한국에 다녀온 뒤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기고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을 받아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에 다녀오기 전과 나는 미묘하게 변한 듯하다.


오늘 책을 읽다가 나와 부모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던 친척들의 모습이 하나씩 떠올랐다.

설렘과 반가움으로 시작된 약 20년 만의 만남의 시간들은 금세 지나갔다.


어릴 적에 봤을 때 자랑을 많이 하시는 거 같아 멀리하고 싶던 친척분도 나이가 들어 보니 고생을 심하게 하신걸 자랑으로나마 풀고 싶어 하는 맘이란 걸 알았고 멀리하고 싶던 맘도 사그라들었다.

예전엔 서먹 서먹하던 친척들도 오랜만에 본 내게 먼저 다가와 더 챙겨주려는 걸 보며 그래도 우리가 피가 섞인 사이구나 하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바쁜 와중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대접받을 때 보이지 않는 따뜻한 맘까지 받는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 겪어온 부모님의 미국생활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해 주는 모습들에서 위로를 받았다.

나보다 더 큰 감정들이 일었을 부모님을 지켜보면서 같이 뭉클해 지곤 했다.

이번여행에 만난 단 한 명의 친구는 나를 위해 자기가 사는 곳까지 기차표를 끊어주고 운전을 해주며 하루 스케줄까지 짜며 좋은 곳을 데려가 주었다.

서울로 올라갈 땐 내가 좋아할 만한 화장품과 케이크를 바리바리 사주며 마지막까지 나를 챙겨주었다.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드시기 전에 함께 한국여행을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게 된 사실이 참 벅차고 감사한 일이었다.

3주간 이러한 따뜻한 환대와 온정을 맘속에 가득 담고 돌아온 것이 여행 이후의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 느낀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피곤함을 빨리 느끼는 내향인이지만 어릴 때부터 봐오던 낯익은 친척들이라 그런지 에너지가 급속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달리 친인척들의 환한 미소와 인정 어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봄비처럼 굳어있던 내 맘을 촉촉하게 깨워준 느낌이 든다. 여러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란 알게 되었다. 이 따뜻한 에너지로 더욱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뿌리를 내려야 겠다 생각 했다. 현재 내가 사는 이곳에 더 적응하고 잘 살아갈때 그분들도 맘이 놓이고 편할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받아온 온정과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며 괜찮은 한국계 이웃이 되어가는게 작은 국위선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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