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한국여행

엄마 아빠와 다녀온 꿈같은 휴가

Apr 30. 2025

3주간의 한국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숙소는 종로 쪽에 잡길 원했는데 우연하게도 최근 사촌오빠가 종로에 에어비엔비를 시작했어서 원하는 장소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평화시장, 동대문과 가까워서 시간 날 때마다 걸어서 도매시장을 맘껏 구경하고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 신발, 속옷등을 구입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머물렀던 내방과 거실

이번 여행 중에 제일 많이 갔던 곳은 광화문, 안국, 서촌 근처였다. 이 주위를 걸으며 알라딘 중고 서점과 교보문고에서 책구경을 실컷 하였고 광화문 라운지에선 폰을 충전하고 엄청 편한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보았다.

연둣빛 잎들이 드리워진 돌담길과 낮은 기와지붕들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질리지 않았다.

눈으론 봄의 풍경을 감상하고 귀로는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청계천을 걸었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들이 가득 찬 동네가 아닌 푸르른 산아래 아름다운 우리나라 가옥들이 아기자기하게 남아있는 이 동네를 걷고 또 걸었다.

익선동 예쁜 카페

무료로 책을 볼수 있는 광화문 라운지

청와대 구 영빈관 앞마당

부모님은 여러 가지 이유로 18년 만에 나는 8년 만에

한국에 방문하게 된 거라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 여행은 꿈만 같았고 20일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그동안 못 뵈었던 부모님의 형제자매 분들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냈고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할머니와 외삼촌의 산소를 찾아뵈며 엄마는 눈물을 흘리셨다.

오래전 화장을 하여 산천에 뿌려진 친할머니를 찾아뵐 길이 없던 아버지는 황망해하셨다.

우리의 방문으로 인해 그동안 한국에 살아도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일가친척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가 됐다. 얼음처럼 냉랭하던 사이가 조금은 녹아내리는 시간이었다.

친척분들을 만나지 않는 시간엔 그동안 가보고 싶던 곳을 구경 다녔다. 아침엔 엄마와 고즈넉한 뒷산 성곽길을 산책하며 운동하기 잘 돼있는 공원들에 감탄했다.

미국에선 너무 비싸 많이 먹지 못하는 장어는 엄마의 위시리스트였는데 최소 1년은 먹고 싶은 맘이 안들만큼 원 없이 먹었다. 내가 먹고 싶던 매생이굴국도 먹었고 아빠는 추억의 을지로 오비베어에서 골뱅이와 노가리를 드시며 만족해하셨다.

한국에 혼자 살 땐 너무 비싸게 느껴져서 지나치기만 하던 오설록 카페를 드디어 엄마와 가보기도 했다.

입구에서부터 말차잼과 차를 시식할 수 있었는데 말차를 너무 좋아하는 난 이미 정신 못 차리게 신이 났다. 중정같이 예쁘게 꾸며진 2층에 올라가서 엄마는 따뜻한 말차라테, 나는 아이스 말차를 시키고 폭신한 딸기 말차케이크를 맛보았다. 진하고 쌉쌀한 말차에 부드럽고 달달한 우유가 섞여 환상적이었다. 엄마와 둘이 찍은 셀피를 찍고 프로필사진에 올리며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예쁜 한옥집 앞에서 고운 우리 엄마

다른 날엔 걸어서 익선동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며 귀여운 카페들에 감탄했고 친척 언니의 고마운 선물로 롯데타워 123층 라운지에서 코스요리를 맛보는 사치도 누렸다.

고모의 제안으로 갑자기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가기도 했다. 사실 제주도를 가보고 싶었는데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오지 않았고 숙소도 예약이 잘 안돼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고모부가 운전을 해주시고 고모의 딸이 제주도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제주도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진한전복죽과 제주해산물정식도 여한 없이 맛볼 수 있었다.

천국같이 예뻤던 성산일출봉

함덕 해수욕장에서 찾은 예쁜 조개들

머물렀던 친척언니의 집

빈틈없이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우느라 밤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그다음 날은 어딜 가볼까 설레는 맘으로 꿀잠을 잤다. 한국을 자주 왔었다면 아마 이렇게 신나진 않았을 거다. 음식도 여행도 아주 오래간만이었기에 더욱 재밌고 맛있게 느껴질 수 있었다. 친척분들도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더욱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