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병아리에게 찾아온 봄날의 햇살들
1. 처음 만난 벽, 그리고 사람
본점 발령.
잘은 몰라도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이해되는 말투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반쯤 농담, 반쯤 경고 같던 말들.
나는 다시 삐약대는 병아리가 되었다.
출근 첫날, 사원증은 어디에 짱박아뒀는지 기억도 안 났다.
본점은 사원증 없으면 아예 못 들어오는 구조인데.
그걸 알고,
미리 재발급 신청하고 오라고 알려준
선배님 아니었으면
출근 첫날 로비에서 한참 헤맬 뻔했다.
2. 나의 화이바 동지
그 날은 그 언니의 신혼여행 가는 날이었다.
나는 무차별 질문 폭격기가 되어 질문을 던졌다.
(약 20개 정도.. )
“정장 입고 가야 해?”
“구두 신고 다녀?”
“주차 우리 같은 직원도 할 수 있나요?”
“몇 시에 도착해 보통?”
지금 생각해도
아무도 반기지 않을 물음표들이었다.
근데 동기 언니는
하나도 귀찮은 내색 없이 다 답해줬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 사람은, 나의 미에로 화이바다.
속이 답답할 때 같이 화이바 마셔주는 친구.
둘 다 술찔이인 건 운명.
3. 담배냄새도 싫은 내가 흡연구역 따라간 이유
모두가 담배 피우러 나갈 때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있기가 너무 괴로웠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그 자리에 혼자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그냥 따라 내려갔다.
Herb님은
카페에서 건강 마주스를 사줬다.
생전 처음 먹어본 마주스는
생각보단.. 맛이 괜찮았다.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의 느낌은, 뭔가 안심되던 편안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4. 나는 그렇게 조금씩 살아났다
누가 나를 위해 거창한 걸 해준 게 아니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어준 사람.
물어봤을 때 다정하게 알려준 사람.
쫓기듯 질문해도 웃어준 사람.
그들이
내 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봄날 덕분에
병아리에서 사람으로 조금씩 바뀌어갔다.
나도 이 은혜를 꼭 갚고 싶었다.
새로 누군가 오게 된다면
(그렇지만.. 1년이 걸려도....)
다음 편: [6화] 본점 생활의 적은, 바로 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