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절대 아침형 인간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해’만 보면 기운이 쭉- 쭉- 빠지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팔엔 ‘햇빛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여름만 되면 스틱으로 된 선크림을 항상 들고 다니며 팔에 바르기 바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벌게질때까지 벅벅 긁다가 결국 피를 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몇 년 전, 용하다는 점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게를 내기 위해 준비하던 때에 주변에서 얘기하길 믿든, 믿지 않든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점을 보고 자기 터도 보고, 사람들과의 합도 봐야 하는 거라는 말을 듣고 추천받은 유명한 점집에 지인찬스까지 써가며 예약을 잡아가봤는데- 제가 앉자마자 앞에 앉아 계시던 무속인분이 하시는 말씀이...
“해가 강한 낮에 움직이는 게 좋지 않네요.”
“네?”
“해랑 맞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해를 보면 에너지를 얻는데, 본인은 해가 본인의 기가 새 나가.”
“해를 안 보고 살면 어떻게 살...”
“해를 최대한 안 보고 지내야지.”
“아... 그렇군요...”
점을 보고 나오는 길에 같이 간 친구와 한참을 웃으며 나왔습니다.
그땐, 그랬죠...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어머니께서 제가 좀 허약한 거 같다며 유명한 한의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습니다.
TV에도 자주 출연하시는 한의사님이라고 해서 예약도 힘들게 잡았다길래 거절하지 못하고 입 꾹 다물고 갔습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 진맥을 하시고, 이것저것 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햇빛이랑 궁합이 안 맞네요?”
“녜에?”
“햇빛을 많이 보면 기가 허해지는 타입이에요.”
그런 사람이 있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한의사 선생님께선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셨지만,
이미 제 머릿속엔 몇 년 전 보고 온 점만 생각날 뿐...
‘정말 그런 사람이었구나, 내가...’
무속신앙을 대단하게 믿거나, 한의학에 대해 깊은 믿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두 곳에서 같은 말을 하니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학창시절을 생각해봤을 때 항상 듣던 이야기가
“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낯빛이 다르다.”
시험기간이 되면 항상 오후엔 충분히 자고, 밤부터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그대로 날밤을 새운 채로 시험을 보러 가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나는 항상 낮엔 몸을 사리기 바빴습니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더라구요...
어릴 땐 이 버릇 아닌 버릇을 고치려고도 많이 노력해봤습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더라...
그래서 저는 그냥 이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대신 남들 자는 시간에 고요히, 저희 아버님의 말씀에서 따온 “우리 아들은 베트맨이다. 새벽에만 움직인다.”처럼
저는 나른하지만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맞으며 작업하고, 움직이고, 운동하는 걸 좋아합니다.
혹시 저와 같은 분이 또 있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