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맞벌이 하는 자녀들이 양질의 먹거리와 쉼을 찾아 부모님 집으로 간다. 부모님은 주말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자녀들과 손주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주가 먹는 것만 봐도 기쁘다. 목요일부터 장을 보기 시작해서 음식 만들었고, 주말에 자녀들과 손주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이제는 지쳐간다. 올 때 반갑고 갈 때는 더 반갑다는 말을 실감한다.
올 때 반갑고 갈 때는 더 반가운 손님이 바로 손주입니다.
주말에 자녀들이 놀러와서 손주를 돌보기도 하고 주중에만 손주를 돌보는 우리 어머님들의 이야기입니다.
1. 주말 손주돌봄 : 자식들과 더 가까워졌네
맞벌이 하는 딸과 사위를 보면 안쓰럽다. 딸래미는 아침 일찍 일어나 4살, 6살 아이들 씻기고 밥 먹이고 어린이집,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직장으로 출근한다. 하루종일 업무를 보고 퇴근해서 아이들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집안일 하다 보면 새벽 1시 넘어서 잠을 자게 된다고 한다.
주중에는 동동거리며 일도 육아도 열심히 하는 자식들이 안쓰럽다. 그래서, 주말이면 늦잠이라도 자고 끼니 걱정이라도 하지 말라고 우리집으로 오라고 했다. 손주들 봐 줄테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쉬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우리집으로 온다. 목요일 저녁이면 벌써 딸과 사위, 우리 손주들 먹일 생각에 신이 난다. 자식들 결혼을 시킨 후 더 친밀한 유대가 생긴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주말에 친구들 만나러 다니고 데이트 한다며 통 얼굴을 볼 수가 없었는데, 이젠 주말이면 어김없이 우리집으로 와서 주말마다 얼굴을 보게 된다.
딸이 결혼하고나면 멀어질 것 같았다. 우리의 애틋한 사이가 멀어질 것 같았는데, 식구들을 더 데려온 느낌이다. 결혼시킨 후 예전과 같이 자녀 및 손주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일은 부모로서 행복한 일이다. 딸의 결혼으로 인해 인생이 허무해진다는 느낌도 있고, 서로 소원해질 수 있는 시기였다. 다시 우리 가족이 화목해진 것 같다. 봐도 봐도 예쁜 손주들과 함께 보내니 행복하다.
대화할 때도 좋다. 공통의 화제인 손주 이야기를 하게 되니 대화가 풍부해진다. 주말이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외식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캠핑을 간다. 젊은이들과 함께 캠핑도 하게 되니 몸과 마음이 젊어진 것 같아 즐겁다. 주변의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아이들과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즐거움뿐 아니라 가족이 더욱 화목해졌다.
"주말에는 거의 놀러 가요.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 빠질까 말까 할 정도로 뭐 캠핑도 가고 매일 같이 놀러 다니다 보니까 늘 같이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2. 주중 손주돌봄 :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손주
나는 손주를 키운다. 주중에 어린이집 끝나고 4시부터 8시까지 손주를 키운다. 하루 4시간 손주돌봄을 한다. 하루종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건강해진 느낌이 들고 생활의 활력이 생긴다. 그리고, 주말에는 쉰다.
내 딸 키울 적의 나의 젊은 시절보다 손주를 돌보고 있는 현재가 더 행복하다! 젊었을 때는 살기 바빠 아이들의 재롱과 성장과정을 보며 행복해할 시간이 없었다.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다시 자식을 키우는 것 같아서 생활의 활력소와 기쁨이 된다.
참 이상하게도 전에는 엄청 많이 아팠다. 별 할 일 없이 누워있었던 것 같다. 아기 키우는 육 년 동안 있으면서 한 번도 감기나 이렇게 아파서 누워 본 일이 없다. 우리 손주를 돌보면서 오히려 건강해졌다. 손주에게 나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되지 않을까 늘 위생을 체크하게 되었다. 손주 위해 산책도 하게 되니 오히려 활력이 생겼다.
"친구들이 그래요. 양육비로 백만 원 정도 받냐고요. 나는 딸이 백만원 준다고 해도 내가 안 받지만 그렇게는 못 하지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딸 하나 키워놓고 무슨 장사하는 것도 아니구요"
양육비 혹은 용돈이라고 주는 자식들이 기특하다. 자식들이 주는 돈보다는 내 자식과 손주와 함께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친밀하게 지낸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다.
"우리 같은 나이도 지금 뭐를 해도 할 수 있잖아요. 아직까지 오십대면. 자식들이 직장 다니면서 애 키우는 거 보면 안쓰러워요.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줘야죠"
나이 들어 재미있는 일도 없고, 웃을 일도 많지 않다.
딸을 좋은 사위 만나 결혼시키고 이제는 내 할일 다 했구나... 하던 즈음에 손주와의 생활은 삶의 즐거움이 되었다. 빈 둥지 증후군으로 적적해지는 내 마음에 위안이 되면서 삶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손주 돌봄은 젊은 시절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매일 손주돌봄하는 것이 아니라서 자식들과 가까워지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손주돌봄은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해야 한다. 자식들과의 친밀감이 지속되고, 몸이 망가지지 않고 마음의 기쁨이 오래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