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서프라이즈 한국행
한국행을 계획했다. 연말연시 남편이랑 함께 다녀왔으니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학교 과정을 마치고 비자신청 전까지 한 달가량 붕 뜬 시간을 혼자 집에서 견딜 자신이 없었다. 4월은 비수기라 다행히 경유하는 마일리지 비행기 티켓이 남아 있었다. 3월에 비행기표를 끊어두고 갑자기 취소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가는 길만 해도 에피소드가 가득했다. 친절한 승무원들은 여유로운 자리로 옮겨주고, 특별 기내식을 먹는 나한테 맛은 어떤지 챙겨주었다. 심지어는 연말 한국 갈 때 만났던 승무원을 다시 만나 갤리에서 스몰토크를 했다. 기내 와이파이로 학교 마지막 과제를 무사히 업로드하고는 방학을 느끼며 기내 서비스인 뉴질랜드산 와인을 실컷 마셨다. 애매한 환승시간에 얼떨결에 홍콩 시내를 나가 한 바퀴 휘 둘러보고 공항에 돌아와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 새벽 도착이라 언니집으로 바로 가는 공항버스도 없고 서울을 빙빙 돌아 조카들 등교 전에 겨우 도착했다.
초딩 유딩 조카들이랑 인사하고 씻고 나서야 한국에 온 걸 실감. 밤 비행 피로에 전날 홍콩행 비행기에서 마신 와인 숙취가 가득했다. 그래도 이주 반 일정이니 정신 차려야 한다.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언니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왔기 때문. 해외생활하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친구들이 공유한 본인의 비밀 방문에 가족들이 놀라는 영상을 보면서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엄마 아빠도, 친한 친구들한테도 비밀로 하고 언니한테만 도움을 구해두었다.
언니 집 근처 사는 친구, 전철역 개찰구를 나오는 엄마, 늦게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빠, 친구가 불러낸 다른 친구, 갑자기 집으로 찾아가 만난 시부모님까지 놀래키는 재미가 나름은 쏠쏠했다. 뉴질랜드에 있었으면 답답했을 시간들이 하루하루 바쁘게 지나갔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친척언니도 시간이 맞아 중간지점인 한국에서(?) 몇 년 만에 만났다. 핑계김에 엄마, 언니랑 부산 여행도 짧게 다녀오고, 5월 가정의 달을 가족들이랑 보냈다.
바쁜 이주 반을 보내고 비자 신청 기간에 맞춰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어차피 뉴질랜드로 돌아오면 쉴 거라고 무리해서 먹고 돌아다녔더니 체력은 바닥이지만 마음은 가득 채워졌다. 혼자 있었으면 땅굴을 파고 들어갔을 시기였기에 한국을 잘 다녀왔다 싶었다. 반대로 남편은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 내가 없으니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잔뜩 가져온 김치와 장아찌, 한국 커피로 마음을 달래며 다시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오려 애썼다.
다행히 뉴질랜드로 돌아와 바로 비자신청이 들어가 금방 승인이 났고, 학생신분을 벗어나 직장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