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사람 만나기
작년 어느 날,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났던 다른 학교 사람이 커피 한 잔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관심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기도 하고, 먼저 말을 걸기엔 어려웠는데 잘됐다 싶어 얼른 스케줄을 잡았다. 시내 스타벅스에서 만나 각자 커피 한잔 시키고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공부를 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커리어 개발을 꿈꾸는지, 30분 남짓 시간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지내며 인간관계가 좁은 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그나마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스몰토크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A란 사람이 있는데, 네가 일하는 분야랑 가까우니 연락 한 번 해봐”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링크드인 친구 추가는 해두고 말을 어떻게 걸고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커피 한 잔이면 되는 일을 그동안 막연히 어려워했구나. 올해는 졸업을 앞두고 수업이 널널해서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수업 같이 듣던 사람들 중에 개인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커피 한 잔은 간단하다. 시간도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하고, 비용도 각자 내든 한 사람이 사든 부담이 없다. 내가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싶은 시기이니 상대방 직장 근처로 약속을 잡았다.
리더십 수업에서 인상 깊던 사람은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와 개인적인 상황, 앞으로 커리어 방향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외국인으로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내 얘기를 듣고 마음 담은 조언을 건넸다.
비슷한 산업군에서 일한다며 교수가 소개해줬던 졸업생은 본인이 이민자로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면서 격려를 보내주었다. 내 전문분야를 살려야 할지 혹은 커리어 전환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한테, 본인이 직무 전환을 할 당시 “난 내 능력을 잘하는 전문가”라고 어필하며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구직 고민을 하던 시기 내 상황을 알던 친구들에게 커피 마시자며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다. 어느 날은 정해둔 시간이 모자라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도 했고, 짧은 시간이라 다행이다 싶을 만큼 기가 빨리는 날도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유학생에게 커피 한잔은 적은 부담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다.
여전히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렵다. 그래도 만나서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얻고 나니 예전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노력한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랑 커피를 마시며 나도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지난해 아시아 여성들이 본인들을 어필하는 걸 어려워하다 보니 구직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던 학교 프로그램 담당자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을 만나며 말을 하는 것도 훈련이다. 반복적으로 사람들 앞에 날 노출시키고 말하는 걸 연습하는 중이다.
“커피 한 잔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