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Cinema 4D>

툴로 읽는 디자이너의 진화 1.0

by 콜드포인트

시네마 4D(Cinema 4D)는 1990년 독일의 로시(Lossch) 형제가 프로그래밍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레이 트레이서 알고리즘에서 비롯되어, 35년의 세월 동안 단순한 렌더링 도구에서 완성도 높은 전문 3D 소프트웨어로 성장해왔다. 초라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직관성과 가벼움이라는 특성으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의 신뢰를 얻으며, 현재는 모션 그래픽과 VFX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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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작에서 글로벌 도구로

1991년 아미가(Amiga) 컴퓨터용으로 첫 버전이 출시된 시네마 4D는 당시의 일반적인 큰 3D 소프트웨어와 달랐다. 1993년 공식적으로 시네마 4D V1 버전이 아미가 플랫폼에 릴리스되며, 그 후로도 1.5 버전과 V2 버전을 차례로 내놓으며 플랫폼에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아미가 시장의 쇠퇴는 피할 수 없었다. 개발사 막손(Maxon)은 1995년 PC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결정했고, 이때 새로운 프로그래머 팀은 운영 체제에 독립적인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Architecture)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감한 재설계는 시네마 4D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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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아미가(Amiga) 우: 시네마4d v1.0

1996년 발표된 V4 버전은 윈도우(Windows), 맥(Mac), 알파(Alpha)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작할 수 있는 첫 멀티 프로세서 버전이었다. 이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으며, 시네마 4D가 더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진정한 범용 도구로 거듭났음을 의미했다. 1997년 버전 4.2는 아미가 컴퓨터 전용으로 출시된 마지막 버전이 되었고, 같은 해 프로덕션급 소프트웨어로서의 면모를 갖춘 시네마 4D XL(eXtended Language) V5가 출시되었다.


전문성의 시대, 모듈 시스템의 도입

21세기의 문턱에서 시네마 4D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2002년 공개된 버R8전에서는 자체 렌더러와 함께 하이엔드 기능들이 대거 추가되었다. 파이로클러스터(PyroCluster)라는 체적 렌더링 모듈을 통해 화염과 연기 같은 복잡한 현상을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목카(MOCCA) 모듈로는 캐릭터의 뼈대를 삽입하는 리깅(Rigging) 작업이 가능해졌다. 싱킹 파티클(Thinking Particle)이라는 노드 기반의 파티클 시스템도 도입되어 복잡한 움직임의 표현이 한층 수월해졌다. 이 시기부터 시네마 4D는 단순한 모델링 및 렌더링 도구를 넘어서는 통합 3D 솔루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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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발표된 R8.5 버전에서는 바디페인트 3D(BodyPaint 3D) R2와 스케치 앤 툰(Sketch and Toon) 모듈이 추가되었다. 바디페인트는 3D 모델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듯 텍스처를 입힐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였다. 이전에는 3D 모델을 언래핑(UV Unwrapping)한 후 포토샵(Photoshop) 같은 2D 도구에서 따로 작업해야 했는데, 이제는 3D 공간에서 즉시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스케치 앤 툰은 3D 모델을 회화나 만화풍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비사실적(NPR, Non-Photorealistic Rendering) 렌더링 모듈로, 시네마 4D가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얼마나 넓혔는지 잘 보여준다.


모션 그래픽스의 왕좌에 오르다

2006년을 기점으로 시네마 4D는 결정적인 변화를 겪었다. 모그래프(MoGraph) 모듈의 도입은 모션 그래픽 분야에서의 시네마 4D의 지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모그래프는 클론(Clone) 도구와 이펙터(Effector)라는 강력한 시스템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오브젝트를 대량으로 복제하고, 각 복제본에 서로 다른 애니메이션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복잡한 작업을 몇 클릭으로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텔레비전 광고와 뮤직 비디오 제작에 혁명을 가져왔다.


2007년 시네마 4D는 애플(Apple)이 인텔 기반 맥을 선보이기도 전에 유니버설 바이너리(Universal Binary) 버전을 출시한 첫 번째 전문가용 3D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이 되었다. 이는 시네마 4D의 기술력과 개발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2008년 R11 버전에서 64비트 아키텍처 지원이 추가되면서, 시네마 4D는 대용량 프로젝트 처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성숙한 소프트웨어로 변모했다.


하이엔드 기능의 확충

2010년을 넘어서면서 시네마 4D는 더욱 고도화된 기능들을 갖춰나갔다. 2011년 R13 버전에 탑재된 새로운 물리 기반 렌더러는 ISO, F스톱(F-stop), 셔터 스피드(Shutter Speed) 같은 실제 카메라의 파라미터(Parameter)를 지원하여, 더욱 사실적인 렌더링을 가능하게 했다. 2012년 R14 버전에서는 고급 폴리곤 모델링 도구들이 강화되었고, 2013년 R15 버전에서는 팀 렌더(Team Render)라는 네트워크 분산 렌더링 기능이 내장되어 여러 컴퓨터에서 동시에 렌더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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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발표된 R20 버전은 또 다른 분수령이었다. 노드 기반의 재질 시스템(Node Material)이 도입되어, 복잡한 셰이더(Shader)를 직관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모그래프 필드(MoGraph Fields)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되어, 공간 기반의 파라미터 제어가 가능해졌다. CAD 데이터 임포트 기능도 대폭 강화되어, 건축과 제품 디자인 분야로의 진출이 가속화되었다.


통합 플랫폼으로의 진화

2019년 발표된 R21 버전은 시네마 4D의 라이센스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했다. 이전까지 프라임(Prime), 브로드캐스트(Broadcast), 비주얼라이즈(Visualize), 스튜디오(Studio) 등 여러 버전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하나의 통합 버전으로 통일했다. 이는 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가격 대비 가치를 극대화하는 결정이었다. R21에서는 필드 포스 오브젝트(Field Force Object), 믹사모 컨트롤 릭(Mixamo Control Rig), 그리고 강화된 볼륨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2019년 막손사가 렛시프트 렌더링 테크놀로지(Redshift Rendering Technologies)를 인수한 것은 시네마 4D 생태계에 또 다른 전환점을 가져왔다. 렛시프트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가속 렌더러로서, CPU 기반 렌더링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이를 시네마 4D에 통합함으로써, 사용자들은 빠른 반복 작업과 실시간 피드백의 이점을 누리게 되었다.


사용자 경험의 혁신, R25 버전

2021년 9월 공개된 R25 버전은 그 이전 모습과 판이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져왔다. 거의 15년을 유지해온 레이아웃 구조를 완전히 재설계하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었지만, 이는 역으로 시네마 4D가 현대적 워크플로우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상단의 탭 시스템을 통해 모델링, 렌더링, 애니메이션 등 작업 모드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했으며, 다이나믹 팔레트(Dynamic Palette)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현재 작업에 필요한 도구만 우측 패널에 표시되도록 최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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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의 기능과 성능 강화

2025년 현재 시네마 4D는 2025.2 버전까지 진화했다. 최근 업데이트들은 모델링, 시뮬레이션, 애니메이션, 렌더링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지속적인 개선을 보여주고 있다. 2025.1 버전에서는 불린(Boolean) 기능이 현대화되어 성능과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충돌 처리 시뮬레이션에 노이즈와 우선순위 제어가 추가되었다. 또한 화염과 연기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파이로(Pyro) 모듈의 제어가 더욱 세밀해졌으며, 파티클 시스템에는 커스텀 속성과 근접 기반 저장 기능이 추가되었다.


2025.2 버전에서는 파티클 시스템이 뷰포트 핸들로 직접 조작 가능하게 개선되었고, 이미션 밀도(Emission Density)를 필드(Field)를 통해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신 노드(Scene Nodes)라는 절차적 제오메트리 시스템도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 임포터 기능도 점진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아프터이펙츠(After Effects)와의 시네웨어(Cineware) 통합도 여전히 시네마 4D 워크플로우의 핵심이며, 최근에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등 다양한 플랫폼과의 연계도 강화되고 있다.


창의성을 위한 도구의 완성

1990년대 초 작은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비롯된 시네마 4D는 지난 30년간 보기 드문 진화의 여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아미가라는 사라진 플랫폼의 렌더링 도구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건축 시각화, 게임 개발, 영화 VFX, 모션 그래픽, 심지어 3D 프린팅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무엇보다 시네마 4D의 강점은 고급 기능과 사용의 용이함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이다. 헐리우드급의 기능을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가볍고 직관적이기에, 대규모 스튜디오에서부터 프리랜서 크리에이터까지 폭넓은 사용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xBAIWfJtVI


현재의 시네마 4D는 더는 마야나 3D 스튜디오 맥스(3D Studio Max)의 대체재가 아니다. 오히려 모션 그래픽 분야에서는 그들을 능가하는 선택지가 되었다. 이펙터와 클론 시스템, 절차적 노드 시스템,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라는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네마 4D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경험상 막손은 항상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꾸준히 개선해왔다. 차분하고 내실 있는 성장이 시네마 4D를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게 했으며, 앞으로도 그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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