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Oct 18. 2024

乾雷

마른번개

어두컴컴한 하늘에 섬광이 번쩍인다

알아차리기도 전에 스쳐지나간 흔적이 뇌리에 남는다


다시한번 하늘에 섬광이 번쩍인다

아무소리도 내지않고 조용히 빛을내며 사라진다


밝은 별빛은 눈동자를 향해 묵묵히 도달하고 

밝은 섬광은 그 눈동자를 훔친다


눈동자를 훔쳐진 아이는 고개를 떨군다

별빛을 갈망하던 그 소망은 이내 길거리에 고인 물웅덩이로 흘러든다


이건 지난밤 하늘이 흩뿌린 과거의 표상인가

눈동자를 잃어버린 아이의 탄식어린 눈물인가


그순간 물웅덩이 속에 비친 별빛이 바닥에서 일어나 아이의 눈으로 뛰어든다

눈동자를 잃어버렸던 것이 아니었다 


밝은 섬광은 본인의 소리를 저버리고 밝은 별빛을 주고싶었다

그런 적이 없어 서툴렀을 뿐


아이는 별빛을 바로 본다 

섬광은 그런 아이를 바라본다


소리없이 그저 마른번개로서



작가의 이전글 곁에 있는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