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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남 Dec 16. 2023

오늘도, 로또를 사러 갑니다

로또 파는 남자 

내가 대학을 다닐 때의 일이다. 


인문교양수업이었는데 솔직히 어떤 수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를 포함한 열다섯 명 정도의 학생들이 따닥따닥 붙인 사각 테이블 중심으로 옹기종기 앉아있었고 어느 조직 보스처럼 중앙에 있던 교수님이 던졌던 질문은 생각난다.


“여러분이 지금, 딱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뭘 얻고 싶으신가요?”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찌 됐든 교수가 질문을 했고 누군가는 답을 해야 했다. 어느 대학이나 그렇듯 선뜻 나서서 대답을 하는 학생은 드물기에(일종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교수는 한 학생을 지목했다. 그는 이유 모를 지명에 당황했지만 이내 작게 내뱉었다. 


“로또 1등 당첨번호요.”


그의 대답에 나머지 열세 명의 학생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교수는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다짜고짜, 


“그래서 네가 안 되는 거야. 젊은 나이에 스스로 뭔가를 해 낼 생각은 안 하고 운에 자신을 내맡긴 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기만을 멍청하게 바라다니…”


교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모두 고개를 떨군 채 이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은 수강취소를 생각하고 있었을 테다. 반대로 나는 이 수업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당시, 나는 동의했다. 아직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800만 분의 1의 확률에 나 스스로를 내어놓지 않고 스스로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아마,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덕분에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의 울타리를 스스로 확고하게 채운 채 기고만장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스스로를 로또라고 생각하고 확률 높은 여섯 자리 숫자를 열심히 만들어보기로, 5천 원이라는 돈을 나에게 투자하자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5년이 지난 2023년 12월 16일 오후 여덟 시를 기다리며, 지금 나는 로또 당첨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제발, 당첨되길" 



2화에서 계속...  


구직남의 당첨 결과가 궁금하다면? 


https://gujignam.tistory.com/entry/%EC%A0%9C-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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