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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힘 Mar 06. 2024

마지못해 독박육아

온전치 못했던 내 오장육부

독박육아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뱃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딱 걸맞은 일.


화병과 맞바꾼 나의 결혼생활도, 매일 괴물 같은 나와 마주하게 되는 육아 생활도 어쩌면 내가 이만큼 단단해지기까지 다 이유 있는 힘듦이었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그 속에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쓴맛, 매운맛, 신맛, 짠맛, 단맛, 별 오묘한 맛까지 다 들어있었다.


그렇게 매 순간이 벅차고 서글프고 힘겹던 독박육아가 싱글맘(예비)이 되고서야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없는 게 나았던 거다.


있는데 안 도와주는 것과 없어서 못 도와주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었던 것.


남편이 없으니(소송중 별거) 바랄 사람도 없고 바랄 사람 없으니 서운할 일도 없고 이렇게 좋은걸 왜 붙들고 살았을까 내 인생 갉아먹어가며.

잘했다 잘했다
백번 천 번 잘했다

하늘 아래 이 정도로 후회가 1도 없는 이혼이 또 있을까 싶은 요즘이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 사람으로 인해 화를 품고 사는데 썼던 에너지가 어마어마했었나 보다. 지금 그토록 화가 나고 힘이 드는 일이 좀처럼 없는 걸 보면.


독박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마지못해 독박이던 그때와 다르게 자발적 독박인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


처자식은 나 몰라라 안중에도 없던 남편 때문에 내가 슬퍼할 동안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부부싸움할 때 그 감정은 딱 남편 앞에서만, 절대 돌아서서 남은 감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내거나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었다. 그럼에도 너희는 이미 다 보고, 들었으니 두려웠을 테다. 은연중에 티도 많이 났을 거다. 미안해서 더더욱 감추려고 했고, 괜찮은 척했다. 남편 험담도 절대 아이들 앞에서는 하지 않았다. 내 아빠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이 슬픈 아이들이 될까 봐. 그런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너무 슬펐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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