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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힘 Mar 06. 2024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안 괜찮은 날도 있다

'고딩엄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고작 19살 엄마,

비위생적이고 게으른 모습에 비난을 하는 어른들.


아이엄마가 되면 배워보지도, 해보지도 않은 살림을 어떻게든 해내야 된다는 비난은 왠지 보기 불편했다. 대본대로 하는 것인지 우러나와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온종일 아이와 단둘이 심심하다는 아내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른 모습은 분명 맞았다.


 짐작이 갔다. 다들 할 일이 저렇게 산더미인데 왜 심심하냐고 이해를 못 했다. 내 눈엔 그 심심하단 말이 외롭다는 말로 들렸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 표현이 서툴러서 그 공허한 마음을 심심이라고 표현해 원성을 사는 게 안타까웠다.


 한적한 시골 한복판에 덩그러니 한 채만 놓인 시골집에 남편이 말 한마디 걸어주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데 무슨 신이 나서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길까. 그래도 나는 그 여자가 저 정도 해맑은 게 놀라웠다.


보다 보니 자꾸 나의 예전 모습이 겹쳐 화가 끓어올랐다. 

그 남자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연민.

그러다가 또 남편에 대한 분노, 나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져 잊고 지내던 옛 기억들이 떠올라 괴로웠다.


기적처럼 그 수많은 멸시와 무시, 험한 욕을 받아왔던 일들을 잊고 웃으면서 지낸다. 그러다 제3의 눈으로  모습을 목격하니 우울과 슬픔이 쓰나미처럼 덮쳤다. 밤새 울었다. 목놓아 울었다. 오랜만에 괜찮지가 않았다.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데, 나는 지금 빈틈없이 행복한데 왜 자꾸 그때의 내가 안쓰럽고 불쌍할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그때의 내 슬픔은 아직도 내 기억에만 남아있다.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 같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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