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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힘 Jun 24. 2023

미워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내 안에 정신승리

이혼을 결심하고 제일 먼하는 일은 검색.


유책 배우자의 외도 글을 참 많이 접한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지만 그래도 았던 기억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래도 나는 낫구나' 싶은 건 정신승리일까.


사실 그렇다. 난 던 기억도, 께 했던 추억도 없어 시린 가슴은 없다.

그저 그에게 상처받으며 보낸 내 젊은 안쓰러울 뿐.


당신은 아니었겠지만 나 혼자 열심히 당신을 사랑했던 시절, 나도 상상도 못 한 외도와 맞닥뜨린 어느 날 뱃속에 내 아이의 안전도 잊은 채 나 스스로 세상을 무너뜨린 때가 있었다. 세상이 무너진다는 건 오로지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나고 보니 내 세상만 무너지고 내 세상을 무너뜨린 가해자의 세상은 멀쩡히 잘만 돌아가고 있었던 거다.


가스라이팅이란 말 뜻을 몰랐다.

그동안 내가 당하며 살아왔건만. 난 한때 '잘못인가? 진짜 나만 잘하면 되는 건가' 싶을 때가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되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 당연시 하는 나를 향한 비난에 내 바닥난 자존감은 그냥 '내가 못나서 그렇지, 내 잘못이니 참자, 나만 참으면 다 같이 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 괴물 같은 합리화를 만들어.


14년을 함께한 그에게 유일하게 고마운 한 가지가

남길 미련조차 만들어주지 않은 거라니.


입덧이 심해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밤새 피를 토하며 응급실에 실려 다니던 나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모텔을 다니던 그에게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때가 있었지만 높은 산 하나하나를 넘어 지금 전혀 슬프지 않은 이혼을 할 수 있기까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터널을 잘 지나와준 나에게 고맙기도 하다.


동안 그에게 상처받아 온 시간보다 앞으로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그걸로 됐다. 적어도 반평생 당하지는 않은 걸로 위안을.


혹여나 다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도 전에 아프기라도, 죽기라도 한다면 그 무거운 미움을 다 떠안고 가야 한다니. 꼭 죽기 전에 용서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러니까 살자. 보란 듯이 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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