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돌아오고 나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었다.
총 9명정도 되는 그룹이었는데, 여행을 준비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내가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떠났어야 했다. 애초에 초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 중 한명이 초대해 줄 수 있냐고 물어서 초대했었고 여행 중간부터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중간 중간에 나름 노력을 했었는데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고 나도 중간부터 기분이 상했다.
결국 마지막날에,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내가 소리를 꽥 지르며 한마디 해버렸다. 그 사람을 향한 분노보다는 모두를 향한 서운함이었고 여행에서 "친구들과 그룹을 지어 여행을 왔으니 열심히 함께 지내보려는 내 노력을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애초에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여행의 목적이 쉬고 놀음 이었고 나는 그룹끼리 잘 지내고 오고 더 우정을 돈독하게 만들고 싶음이었다. 애초에 여행의 목적이 잘못되었었다.
최근에 내가 머릿속에 달고 사는 생각은 "내 노력을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였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아직 멀었다는 것과, 내 안의 화가 많고, 화가 많아서 다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보는 착오를 저질렀다는 점이었다. 사실, 상대는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다. 왜 나는 또 스스로 자처해서 상처받은 피해자의 위치가 되려했을까?
내 서운함을 알아주고 풀어줬던 것은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들인데, 사실 여행 중간에서부터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나의 마음을 살펴주었었다. 나는 혼자 드라마퀸이 되기 싫어 남자친구를 제외하곤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닥 할 말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가 맘에 안들었던 사람과 잘 지내 보려는 노력을 했다고 해도 상대가 싫으면 그냥 받아들일 주 알아야하는데 나는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여행이 끝나고 착한 친구들은 나의 기분을 살폈고 대화를 했다. 어쨌든 내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 한 그 사람은 사실 모두 맘에 안들어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마냥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 서운했지만 세상을 흑과 백으로 보고 싶지 않다며 나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이 나의 서운한 점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던 점은 사과하며, 그래도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냐며 정답게 물어주는 친구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서운한 점을 쌓아두고 나를 이용했다며 마음속으로 그들을 미워한 내 마음이 너무 어리석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여행을 가 있을 때, 집을 한 한국인 여학생에게 임대했었다. 이 과정에서, 이 여학생이 내 화분 몇개를 훼손했고 내게 사과의 연락을 해놓은 상태였다. 중간에 말할 수 있었음에도 마지막까지 연락 안한 점이 괘씸하다고 느껴졌고, 그 사람의 사과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얼마간의 금액을 제하고 보증금을 돌려주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는데, 그 사이 그 여학생의 어머니란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사실, 읽다가 성가셔서 그 카톡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나를 비난하고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딸이 한 잘못과 책임보다는 내가 자신의 딸을 스트레스 준다는 마구잡이 비난이었다. ㅋ 변호사, 법, 자기 지인, 인맥 어쩌고 하면서 이성적/똑똑한 척하는데 외국에 살면 성가신 한국인 스타일 1위가 딱 이런 스타일이다. 자기 입장밖에 모르고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알아서 그냥 대화를 피해버리는게 상책이다. 나중에 보면 결국 홀로 남아서 이곳 저곳 모임 참여하고 친구만들려고 애쓰는 스타일... 프사 보니까 인상도 예민하고 더러워보였고 무엇보다 종교도 또 그 종교였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면 "원칙입니다." "원칙입니다." 솔직히 대화하다가 그 딸이 불쌍해질 정도였다. 아무튼 귀찮아서 보증금 돌려주겠다고하고 돌려줬는데 이후에 극성 K아줌마는 찔리는게 있는지 날 차단했다. 나이가 50이 넘어보이던데, 나나 그 여학생보다도 못한 정신연령을 갖고 있었다.
이후에 그 여학생과 따로 연락을 했고, 그 여학생은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사과했다. 자신의 어머니는 늘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막말한 점에 대해 자신이 대신 사과하겠다고. 자신 또한, 화분이 문제가 있었을 때 내가 비난할 것이 두려워 마지막까지 말하는 것을 미뤘는데 회피는 일을 키우는 것임을 알게되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이다. 보증금에서 제해야하는 금액은 그 여학생이 나에게 따로 돌려주기로 했다. 아무튼 여학생은 이번일로 자신의 부모님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이 K아줌마일을 계기로 남의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어쩔 수 없이 보게되었는데, 그 딸이 불쌍했다. 아마 이 딸이 프랑스로 오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 아줌마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자신의 어머니를 엄청나게 비난했음에도, 그 비난에 동의하며 자신의 어머니는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을거라고 체념한 모습. 자신의 어머니 행동을 대신 사과하는 딸이란...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내 주변사람들이 얼마나 관대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는가 깨달았다. 나의 미성숙한 방식에도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내 지인중 한사람도 저런 극성K아줌마가 없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저런 사람이 지인이라면 너무나 소름끼칠 것 같다. 그리고 저 모녀의 미래는 너무나 훤하다... 저 딸은 자기 어머니를 곧 거부하겠지. 나는 한 번의 대화로 소름끼침과 역겨움을 받았으니 저 딸은 얼마나 더할까.
그리고 나 또한 이 일을 계기로 몇개 깨달은 바가 있다. 돈 문제 관련해서는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화분이 망가져버려 너무 속상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 문제는 돈이 걸린 일이라 감정을 섞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일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것 같다. 내가 원하는 대로 화분이 멀쩡하길 바란다거나 여행이 잘 굴러가길 바란다거나 모든 사람과 잘 지내길 바란다거나 하는 것들은 내 바람이지 현실이 아니란 것이다. 그럴 때마다, 혼자 화내고 분해하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내 인생을 너무 고통스럽게 모는 길인 것 같다.
바나나는 빨갛다. 내가 어떤 한 생각에 몰두하거나 무언가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화의 마음이 들 때, 나는 이제 이 생각을 의식적으로 할 것이다. 바나나가 빨깐것은 거짓인 것처럼,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의 나만의 생각이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것은, 대화인지 확신에찬 비난이 아니다. 그것은 독재자와 다를 바가 없고 그것은 내가 역겨워하는 사람처럼 되는 지름길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