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메고 캠핑을 떠나는 이유
'캠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삶의 쉼터가 된다‘
[캠핑을 하면서 생각한 것 #1] 하룻밤을 지새우기 위해 배낭을 싸는 일은 늘 설렘으로 가득하다. 산 정상에 올라 내려 다 보는 도심 속 야경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해변가에 텐트를 치고 파도 소리를 BGM 삼아 잠을 청하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화로대 안에 타오르는 불을 보며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바라만 보고 있는 ‘불멍’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캠핑을 즐기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필자가 그랬든 캠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삶의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4년 전 일이다. 당시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심하게 앓고 있던 터라 무기력은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타성에 젖어 업무를 처내고 나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초대로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캠핑장을 가게 됐다. 이곳에서 무력감을 타파할 해결책을 찾게 됐다. ‘캠핑?’ 군대 시절 야영과 비슷한 듯 달랐다. 소나무 사이로 잘 정돈된 나무 데크에 성인 5~6명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타프(그날막)가 쳐져 있었다. 그 아래로 돔(Dome)형 텐트가 자리했다.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소고기를 굽고 감자전을 부친다. 저녁 한 끼 배불리 먹고 난 후 모여 앉아 이야기도 하고 캠핑장 주변 숲 속도 거닐었다. 도심을 떠나 캠핑장에 있는 것 자체로 리프레시가 됐다.
다음날 방과 거실이 나눠진 리빙쉘 텐트를 구입했다. 잘 나간다는 캠핑용 의자도 구매했다. 각종 캠핑용 조리도구와 테이블, 랜턴 등도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실었다.
그렇게 경기도 가평으로 첫 캠핑을 떠났다.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이런 캠핑쯤 이야 식은 죽 먹 기지’ 하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구매한 텐트는 백패킹용 텐트요, 캠핑용 의자는 1.5m 이상 천고가 나오는 대형 텐트 안에서 펼칠 수 있었다.
공부가 부족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 한가)'라 하지 않던가. 캠핑 방식에 따라서, 사용하는 장비에 따라서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전기, 수도, 편의시설 등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캠핑이 있는가 하면, 배낭을 메고 산이나 바다, 강, 계곡 등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백패킹도 있다.
배낭에 텐트와 침낭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떠나는 백패킹을 즐긴다
캠핑이 도착한 곳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데 반해 백패킹은 걷기를 수반하는 캠핑 방식이다. 이외에도 자동차에서 하는 오토캠핑, 모터사이클을 이동수단으로 하는 모터 캠핑 등 캠핑을 즐기는 방식에 따라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텐트 없이 최소한의 장비로 자연 지물만을 이용해 하루를 보내는 비박(Biwak)이나 부시크래프트(Bushcraft)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캠핑방법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캠핑을 즐기면 된다.
캠핑을 즐기는 방식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연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숲이나 강가에 머무르는 가 하면 직접 산에 올라 숲 속 깊숙이 들어가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자체가 한 번의 여행이기에 가슴이 벅차다.
필자는 캠핑으로 시작해서 백패킹을 주로 즐기고 있다. 텐트와 침낭, 캠핑장비로 꾸린 배낭을 메고 해발 1,000미터 산을 오르내리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풀리기도 한다. 힘든 것도 잠시 정상에 올라 길게 뻗은 산맥과 석양,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한없이 겸손해지고 경외감을 느낀다. 그 자체로 자연에게 보상받는 느낌이다.
숲 속에서는 매슬로우의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애쓴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생존은 불가피하다. 온전히 의식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상에 도착하면 하룻밤 이슬을 피할 텐트를 친다. 숲 속을 걷는 동안 흘린 땀으로부터 체온을 지키기 위해 여벌의 옷을 갈아입는다. 체력 보충을 위해 간단한 끼니를 해결한다. 1박을 한 뒤 잠을 잊은 등산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하산한다.
해가 뜨면 잠에서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청하고 생체리듬을 자연에 맞춘다. 그 과정에서 일상 속 고민거리는 끼어들 틈이 없다. 자연 속에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느새 상념은 사라지고 단순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배낭을 짊어지고 캠핑을 떠나는 이유다.
생각을 정리하고 내려와서 인지 회사에 출근하면 업무도 한층 더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과 여행을 통한 생각의 전환은 삶의 태도와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준다.
우리의 가치관이 저마다 다르듯 캠핑을 하는 이유 또한 각양각색이다. 필자는 캠핑을 즐기는 방식을 강요하거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4년 전 필자처럼 무기력하고 생각이 많다면 한 번쯤 캠핑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 까. 캠핑, 백패킹이 아니어도 좋다. 시작은 등산화를 신고 산을 오르는 것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