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
이 책은 내가 부트 캠프를 하고 있는 회사의 높으신 분(?)이 추천해 주신 책이다. 좋은 PM이 되기 위한 갈증이 크기 때문에 구매를 고려하던 중 책 표지가 너무나 임팩트 있게 생겨서 큰 고민 없이 책을 구매했다. 사실 수평화 조직이 많은 IT 업계를 기대하고 있는 나에게, 수직적인 조직을 기준으로 표현한 이 책의 내용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책이긴 했다. 하지만 역시 추천해 주신 것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이라는 굉장히 형식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체계에서 오랜 시간 군인으로 복무를 한 덕분인지 공감되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글로써 정리하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질문'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번 질문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는 이 책의 본문이 너무나도 반가웠고 고맙게 느껴졌다. 나에겐 질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함께 동반되는 몽글몽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있는데 마치 선망의 대상을 다시 만난듯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또 해본다. '답은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상사, 동료, 후배와의 관계에서도 '질문'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대목이었다.
전반적으로 수직적인 조직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하는 요즘 회사 체계에 부적합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다만 좋은 PM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가는 나보다 이미 이런 관계에 대한 고충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나중에 다시 꺼내어 보고 싶다.
직장에서는 담배 자리나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먼저 본질을 봐야 한다. 우리가 그런 행위를 하는 이유인 '관계 형성'이라는 본질 말이다. 회사에 온 목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무실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일'이다. 그래서 1순위가 되어야 할 것은 나를 일에 관해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나의 말과 행동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평소에 노력하자. 하나둘씩 진심이 쌓이면 사람들도 나에게 전폭적인 민음을 준다.
회사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참 쉽다. 회사가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라는 가장 간단한 진리를 잊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사람과 일 사이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는 방법이다. 그리고 사람들과 나눠야 할 것은 '마음'이란 사실도 기억하기를 바란다.
주변에 일 좀 한다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들은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아니라 분위기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쪽으로는 동물적인 감각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즉 상사가 주는 일의 내용(text)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이 가진 맥락(context)을 받는다.
그렇다면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우선 사회 지능을 높여야 한다. 사회 지능이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끝까지 들어야 한다. 여기서 '끝'이란 단어가 중요하다. '끝'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나에게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 정한다. 우리는 남의 얘기를 듣다가 스스로 '끝'을 정하고 딴생각을 하거나, 상대방이 말을 다 마치지 않았는데도 말을 자르고 끼어들기를 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순간적인 집중력이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데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집중하는 연습을 좀 하는 것도 제안해 본다.
말로 일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넣는 적절한 추임새가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잘 말하게 하는 에너지를 준다. 추임새는 몸과 말 두 종류로 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는 경청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추임새다. 말로 하는 추임새는 질문이 아닌 감탄사라는 것을 명심하자.
메모하라. 뻔한 말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보이게 메모하라. 정말 맹신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자신의 기억력이다. 특히 소리로만 들은 기억은 휘발유처럼 공기 속으로 쉽게 날아가 버린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직장인이 기록하지 않고 오래 기억하려 드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일을 받을 때 자신이 해야 할 일까지 곧바로 정리하는 게 좋다. 그러면 일을 받은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상사를 예습시키자. 관련된 분야에 등장하는 용어, 개념, 트렌드에 대한 내용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의사결정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 선행학습은 서로기 이야기할 주제에 대한 언어를 통일시키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작업이다.
일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는 변화하는 포인트를 꼭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예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사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알아서'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상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일의 흐름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경고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실패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CEO가 참석한 모든 회의 자료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열 번 이상 읽자 맥락이 보이고 글감이 될 만한 단어들이 마법처럼 떠올랐다. 대부분 바쁘다는 이유로 회의록 공유를 열어보지 않거나 '읽으면 좋은 말이겠지!'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문장씩 곱씹어 읽어보면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 방향, 흐름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신문을 읽고 책을 읽는 이유와도 같다.
이때 꼭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를 줄 수는 있지만 내 생각을 너무 강조하면 받는 사람은 그냥 그 생각만 받아 적고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을 수 있다. 정리하고 받아 적는 일이 아니라 창의적인 결과물을 원한다면, 일을 주는 내 생각은 잠시 숨기고 후배가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배운다는 것은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포문을 열어주는 것이 '질문'의 역할이었다.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하려면 우선 내가 먼저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답할 수 있을 만큼 알아야 한다. 모르고 시키는 건 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루는 것과 같다. 차라리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더 좋을 것이란 착각을 하지만, 내가 하면 늘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생각만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후배의 능력을 활용하고 동시에 그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발전적인 방법이다. 후배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하니다. 제대로 된 질문만 준비할 수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나의 수준을 결정하고 그 일의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일을 시키기 전에 어떤 질문을 할지 리스트를 만들어서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면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진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해 본 후배는 몇 배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성장한다는 기쁨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나도 회사도 좋은 일이다. 시키지 말고 질문을 해보자.
우리가 질책을 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첫째는 잘못된 일, 즉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다. 둘째는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내 기분이 나쁘다고 무조건 화를 내거나 그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는 안 된다. 질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질책을 할 땐 사람이 아니라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실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실행한 프로세스를 복기하면서 잘못된 '문제'를 찾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누구나 동일하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바쁠수록 여유를 찾는 방법은 그 시간을 기획(organizing) 하는 것이다. 시간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처리해야 하는 일정을 시급한 일과 중요한 일로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처리하는 시간 단위로 일정을 계획하면 된다.
기획하는 일을 할 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인데, 바로 평소에 참고 자료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자료를 찾는 시간도 줄여야 할 때가 있다. 인터넷에서 찾는 방대한 자료에서 질 높은 자료를 골라내는 데도 시간이 꽤 거린다. 평소에 정보를 고르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정보가 나를 찾아오게끔 프로세스를 갖추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내 생각을 자극할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 창고'라고 부른다.
여기서 쉬운 사람의 의미가 남들이 쉽게 대해도 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마음만 좋은 사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좋은 사람과 일의 성공이 꼭 상관관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일을 전달하기 쉬운 통하는 사람,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사람. 힘듦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 누군가가 쪼들림의 연속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이 여기서 말하는 '쉬운 사람'이다.
부서가 달라질 때마다, 업무가 바뀔 때마다 '일'이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추억'이 남는다. 전우들은 내가 회사 생활을 즐겁고 힘차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개인의 성장은 혼자서 이루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성장이 일어난다. 회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미룰 때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믿음 없이는 일을 미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믿지 않으면 의심을 하게 되고 자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확인을 자주 하면 그 일을 맡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하기 싫게 만드는 주원인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그 일과 더 잘 맞는 사람을 찾고 만드는 것도 내 능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평소에 어느 부서의 누가 무슨 일을 잘 하는지, 그런 사람이 회사에 없다면 회사 밖에선 누가 전문가인지 안테나를 높게 세워야 한다. 그런 정보가 큰 자산이 된다.
우리 안에는 여러 얼굴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하고 글로 쓰는 것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는 동안 함께 드러나는 말투, 표정, 행동까지도 전달된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말의 내용보다는 기타 부수적인 요인들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달되어 보는 사람이 자기만의 기준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되도록 그들의 해석이 나빠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직장 생활을 잘하는 능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