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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Jun 19. 2024

자영업의 로망과 현실 사이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 두어야 했는가


남편과 카페를 운영한 지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학생 때, 학교 근처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며, 나도 이런 카페를 운영하면서, 손님이 없을 때는 자유롭게 글도 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카페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이 전부 부러웠다. 맛있는 커피도 마음대로 내려먹을 수 있고 자신의 취향이 듬뿍 담긴 플레이리스트, 안락한 의자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삶.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심취하는 생활.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커피를 좋아하긴 했지만, 만들거나 제조하는 것에는 큰 관심은 없었다. 자취를 처음 시작했을 때, 커피 필터 용품을 사서 집에서 몇 번 내려 마셔봤지만, 금세 흥미가 떨어져서 결국 창고로 직행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커피'에 진심은 아니다. 그보다는 내 취향의 '공간'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커피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 가서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편을 더 선호했던 것이다. 


퇴사합니다


2022년, 5월이 시작되는 달. 마지막 회사에서도 결국 퇴사를 택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한마디로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 시스템에 환멸이 났다. 평생 200만 원 언저리 벌면서, 기계처럼 살다가 나이만 영혼 없이 먹을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회사였지만, 결국 이곳에서도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불행해서 퇴사를 했다. 


퇴사를 말한 후, 사실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이직 준비였다. 이 회사가 싫은 것이었지, 더 좋은 회사를 가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었다. 부모님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서른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돈은 안정적으로 벌고 싶었다. 백수로 긴 시간 남아있는 것은 또 불안해서 닥치는 대로 입사 지원을 했고, 서류가 되자마자 여러 군데 면접을 보러 다녔다. 역시나 합격까지의 문턱은 높았고, 번번이 떨어졌다. 용산역 근처 회사의 면접에 마지막으로 떨어지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직장인이 되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일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아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9평 남짓 월세방에서 혼자 근근이 버티면서 살고 있었고, 20대 시절 내내 입사와 퇴사의 반복으로 인해 저금해 두었던 돈은 까먹을 대로 까먹었다. 그러나, 다시 또 똑같은 노동의 현장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불편한 옷과 화장을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면접을 봤고, 쏟아지는 탈락 통지서를 받으면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커피를 한번 배워보자


이때만 해도 카페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카페 창업뿐만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 자영업 세계로 뛰어드는 것 자체에 많은 돈이 든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고, 백수 신분으로 큰돈을 대출할 깡다구도 없었다. 그냥 아직 나의 길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다른 것을 배워보고 싶었다. "이직 면접에 붙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다시 직장인이 되어 잘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어찌 되었던, 탈락의 맛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것 또한 운명이라고 합리화(?) 중이다. 


안타깝게도 학원에서 커피를 배우면서, 

카페 창업의 로망은 점점 깨졌어야 했으나, 점점 더 열망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다음화 계속 :)


글 꾸물

커버사진 남편의 치즈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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