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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화선 Jun 07. 2024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자유를 택할 것인가?


경기도 화성, 과천, 서울,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네 명의 할머니와 아줌마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줌에서 만나 하브루타 공부를 하고 있다. 만나서 수다만 떠는 것보다 의미 있고 뭔가 성장하는 느낌도 들어서 좋다. 그리고 모임을 지속할 수 있기도 하다. 만나면 두 시간 정도 하는데 앞에 한 시간은 일상적인 근황을 이야기하고 한 시간은 각자 돌아가며 주제를 정해서 하브루타 질문과 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같은 직장에서 만나서 지금은 다 같이 은퇴한 상황이고 환경도 비슷하고 젊었을 때부터 함께 한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 잘 알고 관심 분야나 공통의 화제도 많다. 이 중에 셋은 손주가 있는 할머니이고 늦게 결혼한 나는 아직 아이들이 결혼 전이다.  

   

                                                                이미지 https://i.pinimg.com


그중에 A는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특히 교육열이 강하고 아이들 우선이었는데 지금도 딸의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서울에서 초등교사를 하는 딸의 손자를 돌보기 위해서 화성에 있는 집을 두고 딸 옆에 집을 얻어서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 자기 일도 하고 공부와 운동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어느 날 A가 하브루타 토론 중에 ‘샘들은 사랑을 택하겠어요? 자유를 택하겠어요?’라고 물었다. 손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딸이나 손자를 볼일도 별로 없고 무슨 날이나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좀 외로울 것이고, 아이를 돌보니 시간에 메이고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딸의 아이를 안 봐준다고 하면 딸이 너무 서운해할 것이다. 게다가 작년에 초등교사 문제로 알려진 바처럼 요즘 교사들 학교생활도 힘든데 육아까지 스트레스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의 마음이다. 하지만 또 딸과의 동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니까 그런 말 뒤에 표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느껴진다.  

   

                                       이이지    https://i.pinimg.com/


외국에 사는 B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건강하시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등산가셨다가 갑자기 귀가 안 들린다고 하시더니 치매기가 와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아들은 공부한다고 학교 근처로 독립했는데 갑자기 결혼하겠다고 엄마를 놀라게 하더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엄마 집 근처로 이사를 했다. 주말이면 온 식구가 와서 이틀씩 집에 있다가 가면 밥해 먹여야지 아이 봐야지 바쁘고 힘들지만, 손주 귀여운 재롱에 또 즐겁단다. 이제 둘째까지 가져서 아이를 낳으면 돌봐주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편 C는 아들이 일찍 결혼해서 손녀가 초등생인데 거의 아이를 봐준 적이 없다. 자유롭게 자기 할 것 다 하면서 즐기며 산다. 미술관도 자주 가고 가까운 산이나 둘레길 도보 여행도 하고. 그런데 만약 딸이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아마도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이이지    https://i.pinimg.com/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엄마가 되는 일 하고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엄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가 낳은 아이를 저절로 우러나는 사랑으로 돌보는 일이라면 할머니가 된다는 건 며느리 사위라는 이름으로 남의 집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관습적인 사랑을 하고, 게다가 그 아이를 돌보는 건 내 아이를 키울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희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자유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면서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어른으로 해야 할 역할과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니어서 미리 걱정하거나 하진 않지만, 은퇴 후 노년의 삶에 겪어야 하는, 자식 있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고민이 되는 일이다. 사랑을 택하자니 내 생활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자유를 택하자니 자식한테 죄진 듯 미안하고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다가올 미래에 사랑과 자유를 다 가질 묘책은 없을까? 좋은 의견들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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