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당신은 누구시길래

용서받지 못한 자

by 설탕우유

1. 저작권과 함께 자라온 세대


내가 자라온 시기의 우리 세대에게 저작권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도 민감하지 않은 단어로 느껴진다. 어린 시절 흔하게 컴퓨터를 사면 딸려오는 기본 프로그램들은 전부 회사의 저작권이 달려있었지만 당시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도 뜨는 그 흔한 경고 메시지에 적혀있던 저작권은 그냥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달려있는 하나의 경고 문구 정도로 봤던 것 같다.


문제는 그 누구도 그 저작권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세대에 컴퓨터를 사면 설치해 주는 프로그램은 당연한 일이었고 게임을 주고받거나 그 이후 MP3의 시대가 열리면서 더더욱 저작권의 인식은 우리를 귀찮게 만드는 혹은 전혀 무섭지 않은 존재로 느껴졌던 것은 분명했다. 그저 많이 듣고 있으니 괜찮은 게 아닐까 생각했던 그 행동들은 사실 그 아티스트들의 존재에 위협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저작권이라는 이름의 경고가 마지막으로 조금 체감되었던 것은 흔한 P2P 사이트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받아서 보던 때였다. 조금씩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더 자세히 알려지고 저작권 문제로 법적인 문제들이나 사이트들에서 직접적인 규제가 시작되면서 저작권이라는 단어에 대해 더 이상 쉽게 생각하고 넘길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용서받지 못한 자


나 역시 저작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겪었고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이었다. 잠시 직장인 극단에서 활동하던 당시 올리고 싶었던 공연이 있었는데 다른 극단들에서 공연의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고 대본을 구해서 공연의 이름만 바꾸어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그런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작품의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작품을 헤치지 않고 싶은 마음에 라이선스를 신청하여 다행스럽게도 라이선스 자격을 취득하여 작품을 시작할 수 있게 됐었다.


다만 연출을 맡았던 나의 능력 부족으로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불법적으로 나와있던 자료들과 실 공연의 대한 자료들을 구하게 되었고 우리 팀 안에서 나와의 트러블이 있었던 한 친구가 우리 팀이 저작권을 위반하는 자료들을 갖고 있다고 나를 신고하게 되면서 나는 라이선스 자격을 상실하고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사실보다 내가 이 공연에 먹칠을 하게 된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프고 힘들었다. 그리고 저작권 위반이 되었던 부분들은 팀원들과 함께 소명하고 신고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었던 점들도 감안이 되어 나의 사과문과 라이선스 폐기, 대본 반납으로 일단락되었다.



3.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


공연을 참 좋아했고 그래서 라이선스를 취득하려고 했던 내게 일련의 사건들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일이 되었다. 난 프로를 도전하게 되면 꼭 도전하고 싶어 했던 작품이었지만 다시는 이 작품을 내가 연기하고 싶었던 생각조차 내려놓게 되었고 이렇게 그 작품을 사랑했던 마음만큼 작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송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공연계에서 소극장에 올라가는 작품들의 안 좋은 소식들은 종종 듣게 된다. 임금체불 문제로 공연을 조기 종연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부터 극장 운영문제가 생겨 큰 빚이 생기고 극단을 떠나게 된다는 등의 사건들을 참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또 내가 직접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우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길들이 누군가로 인해 지켜지지 못해서 결국 누군가를 지켜주지 못하는 일들로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 예술계를 알게 되고 예술계뿐 아닌 다른 계통에서도 저작권에 대해 한번 눈을 감고 모른 척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의 목숨을 모른 척하고 있는 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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