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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09. 2023

30대에 전원주택에서 느리게 살기

슬로우 라이프의 시작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빠르게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싫었다.

학창 시절에도 빠른 시간 내에 계산을 해내야 하는 수학보단,

글을 음미하고 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정답이 없는 국어시간이 좋았다.

어찌 보면 조금 자유로운 기질을 가지고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항상 방학이 되면 부모님께서 많은 책을 구입해 주셔서 나는 책을 끼고 살았다.


그 후 일반 회사에서 일했지만 모두가 불평불만이 가득한 부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은 나를 상당히 지치고 힘들게 했다.


결국 퇴사를 하고 부모님이 지으신 전원주택으로 들어가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슬로우 라이프와 힐링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5월의 장미 핀 전원주택 풍경


부모님은 퇴직을 앞두고 전원생활을 즐길 목적으로 도시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곳에 세컨드하우스로

직접 토지를 구입하여 집을 세우셨다.

직접 집을 짓고 동네에 적응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행히 잘 적응하여 동네분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독자분들을 위해 전원주택 구입 시 꼭 알아할 꿀팁들을 다음 회차에서 차차 꼭 풀어보도록 하겠다.

토지매매부터 직접 집을 짓다 보니 인테리어부터 모든 것이 우리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집이다.



평소 건강을 많이 생각하시는 부모님께서 편백나무로 안의 벽을 다 둘렀다.

그래서 안에는 항상 편백향기가 솔솔 나서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항상 아파트에서 살던 나로서 처음 느껴보는 향이었다.

자연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은 경이로움을 느끼게한다.

향수러버인 나도 고가의 향수를 많이 써보았지만 자연의 향을 따라갈 수 있는 향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처럼 나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 향을 없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예민하고 까칠하던 내가 시골에만 가면 너그러워지고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웃음을 잃어버렸던 내가 강아지들과 뛰어놀며 계속 웃고 있는 것이 나도 신기했다.

퇴직하시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신 아버지도 수술 후 전원주택에서의 생활을 통해 많이 치유가 되셨다


우리 가족에 있어서 이 전원주택은 쉼의 보금자리이다.





넓은 텃밭에는 상추, 열무, 무, 배추, 고추, 방울토마토, 토마토, 가지, 오이, 흰콩(대두), 머위나물, 취나물, 돌나물, 토란, 미나리, 치커리, 깻잎, 부추, 청경채, 강낭콩, 완두콩. 돼지감자, 쑥갓 등 많은 채소들이 있다.

감나무, 자두나무, 오디나무, 산딸기나무, 매실나무, 두릅나무, 사과대추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 포도나무, 천도복숭아나무, 백도복숭아나무, 단감나무, 반시나무, 대봉나무, 꾸지뽕나무, 산수유나무, 남천나무, 오가피나무, 오미자나무, 구기자나무, 무화과나무, 호두나무, 아로니아나무, 모과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신선한 작물들은 바로바로 수확을 해서 우리 가족들의 밥상에 오른다. 이러한 음식들을 먹으면 내 몸이 정말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부모님이 정성으로 가꾸시는 텃밭


마당의 곳곳에는 사계절에 맞는 예쁜 꽃들이 자라나고 있다.

1-2월에는 남천 붉은 열매, 3월에는 자목련과 백목련, 영산홍 4월에는 개나리와 라일락, 5월에는 목단, 작약, 장미, 6월에는 달맞이꽃, 접시꽃, 꽃잔디 8월에는 분꽃, 메리골드 9월에는 코스모스, 10월에는 국화가 가득하다.

피는 달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름 모를 들꽃들도 많이 있다.


마당 곳곳에 심어져있는 예쁜 꽃들

우리 집의 여러 포토존들이 예쁘지만 가장 빛을 발하는 시기는 5월 중순 울타리에 장미가 가득 피어날 때다. 바람에 장미잎이 떨어져 잔디에 가득한 순간은 마치 말 그대로 꽃길을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동네분들은 우리 집을 '장미집'이라고 부른다.

 5월은 경치가 가장 아름다워 친구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고기를 가장 많이 구워 먹는 계절이기도 하다


장미 앞에서 도도하게 앉아있는 다온이





우리 집에는 2016년에 진도에서 데리고 온 진돗개 수컷 청룡, 암컷 다온이도 같이 살고 있다.

아기 때부터 데리고 와 사랑을 듬뿍 주었더니 한없는 애교를 부리며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내가 한번 울었던 적이 있는데 청룡이와 다온이가 다가와 얼굴을 핥아주었다.

그 순간 모든 안 좋은 감정의 응어리들이 눈 녹듯이 다 사라지고

고마움과 사랑의 감정만 남는 경험을 하였다.

종종 친구들을 초대하는데 순하디 순한 청룡이와 다온이는 집에 놀러 오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장미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청룡 다온이
뒹굴뒹굴 낮잠의 시간이에요


나의 힐링메이트 청룡, 다온이

사람을 이토록 한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것이 있을까 싶다

오로지 사랑만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자연을 벗 삼아 데크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향기로운  꽃바람을 맡으며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게 최고의 행복의 순간임을 느꼈다.

여름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야외 베드에 누워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음악을 들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나는 부모님이 전원생활을 하시는 덕에 나까지 30대라는 이른 나이에

전원생활의 맛을 보며 여유로운 시골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밤만 되면 짝짓기 시기에 고라니의 꽥꽥하는 구애 소리가 들리고, 멧돼지를 사냥하는 포수의 총소리도가끔 들릴 정도로 시골이다.

나도 치열하디 치열한 경쟁이 있던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로써 숨 가쁘게

살아왔지만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의 슬로우라이프와 여유로움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치유가 되었다.

그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분들께 풀어보고자 한다.

나이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오히려 좀 더 일찍 시골에 들어올 걸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가속페달로 하루를 시작하는 출근전쟁에

쉼 없는 sns 알림,

가식으로 질투가 가득한 정신없는 사회생활에 속에서 지친 하루를 사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의 여유를 느끼시길 바라며

 '조금은 더디게...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다.

물론 시골에 대한 향취를 느끼셨으면 더욱 좋다는 마음으로 첫 장의 글을 열어본다.



부디 삶의 이 소중한 순간순간을 온전히 누리며 사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시에서 매 순간 압박감과 불안을 느끼며

사는 바엔

 나는 시골에서 슬로우 라이프로

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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