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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우 Jul 08. 2024

낡은 차는 그렇게 멈춰섰다

"너가 무슨 말하는 지 잘 알겠는데, 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어.

너는 많은 사람들이 널 기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강박 같은 게 있는 것 같아.


아니, 나 화가 나.

지금도 내가 널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화가 나는 거야.

너한텐 이걸로는 모잘라 ?


너는 많은 사람이 널 사랑해주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널 기억해야 한다고

항상 그렇게 생각해. 근데 있지

이게 우리가 가진 전부야.

나를 가졌고, 너희 부모님을 가졌고, 우리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잖아.

너가 아무리 이것들로는 모자르다고 얘기하더라도

이건 결코 그렇게 작은 것들이 아니라니까 ?

왜냐하면, 내가 널 사랑할 거고

내가 널 기억하잖아"


______________


두 사람의 낡은 차는 그렇게 텅 빈 대교 한 가운데 멈춰서버렸다.

뒤에 얼마 있지도 않던 두 차는 신경질적으로 지나가버린다.

그들에게 클락션도 울리지 않았지만, 여자의 마음은 괜히 비참해진다.

집까지는 20분 남짓을 더 달려야했지만 이대로 걸어가는 게 더 나을 듯 했다.

정확히 말하면, 툭 하면 퍼지는 차와 남자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왜냐하면, 차에는 이미 향이 날아가고 없어진 자일리톨 껌과

다쓴 방향제와

먼지쌓인 클래식 CD 케이스만 있었기에

여자는 이 칙칙한 인생에 어떤 향이라도 맡아야했다

그게 설령 다시 썩은내음 일지라도, 이런 무색무취들은 싫었다


날카롭게 투닥이던 대화만 가득했던 차는 어느새 정적이 감돈다

여자는 지친 듯 차에서 내린다

그때 남자도 차에서 내려 여자의 앞을 막아서며 말한다.


...


______________


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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