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다(feat. 정호승 시인의 ‘사랑’)
정호승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즐거운 주말이 왔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받는 서핑 강습 3회 중 2회차. 10분 전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너무 정확한 시간에 샵에 도착해서 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강습시간은 오후 2시) 저번과 마찬가지로 또 나 홀로 강습. 그런데 강사는 달랐다. 저번에는 젊은 여자 강사였는데 오늘은 나이가 좀 있는 남자 강사였다. 인사를 하고 강사님과 바다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다. 시답잖은 이야기 중 정확히 기억나는 대화가 있다.
“남들보다 늦게 서핑을 시작했어요.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서핑에 빠져서 강사까지 하게 됐어요. 서핑이 제 인생을 망쳤죠.”
“저도 지금 나이가 38살인데요. 하하”
그 분께 서핑을 배우고 난 뒤 혼자서 또 열심히 했다. 오늘도 파도는 없었다. 파도를 볼 줄도 모르고 어떻게 혼자 파도를 잡는지 아직도 터득을 못 했으므로 팔이 빠지도록 패들링을 했다. 그래도 여전한 다대포의 일몰과 웨딩촬영하는 사람들이 나를 기쁘게 했다. 무거운 스펀지 보드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샤워를 마친 뒤 강사님께 다음주에 뵙겠다 인사를 하고 집으로 떠났다.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알고 있다. 서핑에 빠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때려치우고 살고 있는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바다로 달려 가는지를. 특히 서울분들은 양양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과속하고 있는지를.
서핑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스포츠다. 그러니 모두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다 버리고 서핑만 할 수 있으므로.
잘못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원래 매력이란 건 아리송하다. 그래서 떠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