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 날이다.
요 며칠 심장이 터져 대회 나가기도 전에 죽는 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긴장 속에 살았다.
눈 감으면 대회장 생각에, 하루하루 날이 다가오는 것이 겁이 났다.
그런 와중에도 해야 하는 근육 운동과 조깅은 매일 빠지지 않고 꾸준히 했다.
훗 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테지만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가슴이 조여온다.
▶에너지 젤, 감기약, 테이핑, 손수건, 헤드랜턴(새벽 3시 스타트), 스포츠 테이핑 테이프, 모자, 평소 신던 운동화, 참가 티셔츠, 배번 표
이전 마라톤에서는 오로지 손수건만 챙겼다.
오늘은 10km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한 에너지 젤 4개, 부상 방지를 위한 무릎 및 발목 테이핑, 호치민이 가로등이 잘 되어있지 않았던 기억에 헨드렌턴, 참가 티셔츠에 배편 표를 미리 붙여놓는다.
새벽 3시에 스타트하는 동남아 해외 마라톤! 한국같이 선선한 봄, 가을에 마라톤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예상 체감 온도는 28도에서 33도를 향해있다. 새벽3시에 대회가 개최되는지 이유를 알게되는 날씨다.
대회 전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소화 잘 되는 야채와 고기 샤브로 저녁을 간다히 먹었다.
#KRNB( 호치민에 사는 한국인 러너 모임)에서 조언해 준 대로 로컬 감기약을 한 알 먹고 새벽 1시 30분에 알람을 설정해둔 뒤 잠이 들었다.
잘 시간이 아닌데 잠을 청하니 자다 깨 다를 반복,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새벽 1시 30분에 일어나 위의 물건들로 대회 준비한다.
집(호치민 빈홈)에서 대회장(호치민1군)까지는 15분 거리라 그랩 택시를 이용해서 도착했고 가장 생생할 때 기념사진을 미리 찍어둔다.
특별한 옷을 입고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선발하여 상금이 주어진다고 메일을 받았는데 진짜 있다.
가오나시 복장으로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도 보였다.
그냥도 뛰기가 어려운 나로서는 대단하다는 감탄사 내뱉는다
새벽 3시에 출발인데 대회장에 2시 30분이 넘어 도착해서 몸풀기 시간이 넉넉하지 못했다.
어디 있다 다들 나타난 건지 이 새벽 한 중에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대회장은 한낮 같은 축제 분위기다.
출발함성과 함게 새벽 3시 풀코스 마라토너들이 출발한다.
무사히, 안전히 모두 완주하시길!
동남아는 더운 날씨 탓에 3km마다 급수대가 준비되어 있어 수분 보충을 하면 된다. (수박,바나나도 있음)
매일 5km 러닝에 LSD 훈련으로 장거리 10Km 이상을 달려 놓으니 무난히 통과
10km 지점에서 에너지 젤을 처음 먹어보았다.
고농축으로 되직한 제품들이 많아 고르고 골라 액체형을 골랐는데도 급수대 앞에서 먹어야 하는 이유는 목 넘김이 좋지 않다.
마무리는 물로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너지 젤 덕분인지 21km까지도 평소 생각했던 페이스대로 무사통과
풀코스 대회 전 35km까지 달리는 연습을 해둔 구간이다.
여기까지 10km마다 에너지 젤을 먹어두었다.
21km 이후 내 몸의 상태가 궁금했다.
호흡은? 다리는? 아픈 곳은 없는지, 발목, 허리는 괜찮은지 달리면서 계속 점검했다.
5주 동안 주 5일씩 근력운동을 해두어서 그런지 중간에 힘이 달린다는 생각은 없었고 더군다나 에너지 젤을 먹으면 먹은 후 1, 2km가 지나면 힘이 나는 것 같아 더 달릴 수 있었다.
호치민시티 마라톤,해외마라톤,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
34km 지점쯤 되니 뛰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생애 첫 풀코스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 온몸이라 무리 없이 35km까지는 예상 시니리오대로 펼쳐졌다.
남은 35km에서 40km까지는 묘한 기분이다. 힘들지만 곧 끝이 날 것이라는 생각에 없는 힘을 짜낸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시계는 나의 페이스가 계속 떨어져 있다고 알려준다.
열심히 달리는데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는 엇박자가 나는 구간이다.
초반부터 쭉 잘 달려왔기에 느려지고 있지만 멈추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완주는 보장이다.
풀코스 마라톤 42.195km
40km 지점이다. 이제 다리만 건너면 끝이라고 했다.
2km! 여태 40km를 달려왔는데 이만큼을 못 가랴~
그래그래! 가자 가자!!
다리를 건넜는데 피니시 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도 500m에서 800미터를 더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 난 정말 다리만 건너면 되는 줄 알았는데 세상 억울하다. (500미터도 5천 킬로처럼 힘든 구간이다)
1km밖에 남지 않았다는데 온 거리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골인 지점에 더는 못 갈 것 같다.
이미 가민 워치와, 런데이 앱은 끝이 났다고 종료 소리들로 시끄러운데 ...
피니시 라인 칩을 밟아야 끝이나니 울면서 간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운다.
드디어 칩을 밟았다.
4시간 40분으로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의 기록이 종료되었다.
런데이 앱 기록 4시간 40분 6초
가민 워치 기록 4시간 40분 42초
대회 기록 4시간 45분 38초
오늘로서 런데이 앱에서 제공하는 6개의 배지를 모두 달성했다.
'5시간 안에 들어온다.'
'잘하면 4시간 40분에서 50분 사이에 들어온다.'
참가한 내가 잡았던 목표대로 완주 성공!
피시니라인을 밟고 들어오면 서포터들이 매번 표에 표시를 하고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무료로 제공하는 물과, 사과, 빵 등을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42km 완주한 사람들에게 피니시 티셔츠를 준다.
완주메달, 피니시 티셔츠, 간식을 받으면 참가자에게 제공하는 공식 과정은 끝이다.
참가 티셔츠는 누구나 같고 하프코스 참가자와 풀코스 참가자에게만 피니시 티셔츠를 제공 받는다.
↓↓↓↓↓도착해서 배번 표 확인 후 메달 받고
↓↓↓↓↓물과 빵, 과일도 무료로 받고
↓↓↓↓↓내 사이즈에 맞는 피니시 티셔츠 받고
(사이즈 교환 x)
↓↓↓↓↓ 메달 받고 피니시 티셔츠 받고는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
대회가 끝나니 동호회 사람들끼리 기념사진도 찍고 가져온 간식도 나누어 먹고 뛰면서 있었던 경험담을 푸느라 정신이 없다.
한쪽에 마련된 간이 마사지 장소는 인기 만점이다.
지친 다리 끌고 집에 가기 전 배드에 누워 발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푼다.
아무리 피곤해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의 기념사진은 꼭 찍는다.
분명 몸은 아픈데 입은 웃고 있는 나!
여간 좋은가 보다.
sportststs.one
위 주소가 링크되어 있다. 연결된 주소를 통해 들어가면 전체 결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아래와 같이 자신이 참여한 코스를 클릭하면 1위부터 전체 순위로 자동 집계되어 나온다.
내 이름을 입력하면 내가 전체 참여자 중 몇 등인지 성별로, 나이대별로 집계된 등수가 제공된다.
나의 이름을 입력하였더니 내 배번 넘버와 연령대가 집계된다.
전체 풀코스 참가자 1859명 중 812위 성별로는 71등 나이대에서는 30등의 결과를 보였다.
구간별 기록도 상세히 나온다.
역시 30km 이후 기록이 떨어졌다.
당연한 결과일 듯!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을 접수했던 초기 이메일로 주최 측에서 찍어준 사진을 내려받을 수 있다.
행사마다 다른데 지난번 하롱 베이 마라톤에서는 내가 나온 사진 전체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었으나
호치민시티 마라톤 대회는 2장의 사진은 무료 나머지 전체 사진은 5000원 돈을 내면 다운로드되는 시스템이다.
뛰기도 바쁜데 대회 로고가 박힌 사진을 받을 수 있다면 5천 원도 아깝지 않은 마음에 결제했다.
자동차도 4시간에서 5시간을 운전하려면 중간 휴게소에서 쉬어주는 법이다.
내 다리로 5시간 가량 쉬지도 않고 뛰었으니 칼로리 소모가 엄청나다.
3000칼로리 날리고 3000칼로리 채우는 시간이 돌아왔다.
끝나고 생각나는 음식은 모두 탄수화물이더라.
김치만두전골로 아침을 !
김말이 떡볶이 라면으로 점심을 !
소고기로 저녁을!
수고한 내 몸에 주는 서비스 먹어라 먹어..
풀코스 마라톤 이후 먹은 음식들
풀코스 마라톤 뛰고 오면 단 번에 2kg이 빠진다고 들었는데 하루 지나면 몸무게는 더 늘어있다.
완주했다는 보상심리에 그간 먹지 않았던 음식들과 몸에 좋은 영양 보충을 해준다고 먹고 또 먹기으니 말이다. .
회복이 중요하다는 핑계로 맘껏 먹자!
1분 달리기를 시작으로 42.195km의 마라톤까지 오늘로서 끝이 났다.
불과 1분 달리기 시작 후 1년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부단히 달렸던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운동 습관이 몸에 밴 생활이 되었다.
무엇보다 언제나 어디서나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젊은 청춘 때도 하지 않았던 일을 50을 바라보며 시작한 일에 인생 답을 얻었다.
나이 불문 오늘 시작이 나의 새로운 삶의 첫날!
달려서 나쁜것은 눈을 비비고 찾아보려고 해도 한 점도 없었고 온통 이익뿐이다.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고 활기차졌고 긍정적으로 변했으며 자신감 충만이다.
왜 성공한 책의 저자들이 돈을 벌기 전, 원하는 일을 하기 전 가장 처음 운동을 습관으로 길들이는지 배우는 시간이었다.
두 팔을 벌려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나를 매일 시각화했더니 그렇게 달렸던 사진 속 나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초보 러너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마라토너의 삶이 시작된다.
기대되고 설레는 삶!
진행형 러너, 이대로 매일 달리는 할머니로 늙고 싶은 나의 소망이 익숙한 듯 현실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