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 국밥
점심식사 때 김이 보이길래 문득 십 년 전 전주에 놀러 간 일이 생각이 났다. 그때 전주만 간 게 아니라 전라도 쪽 여행을 하다가 올라오는 길에 하루 정도 구경 할 겸 들렀었다.
전주에 왔으니 콩나물국밥은 꼭 먹고 가야지 싶었다. 그래서 전날 여러 가지 먹고 난 후 콩나물국밥은 아침에 해장 겸 해서 먹는 것으로 정했으니 전날에 얼큰하게 한잔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국밥집을 찾아갔는데 큰 길가에 있는 가게들보다 시장 안에 있는 게 더 낫다고 해서 찾아갔다. 사람들 많을까 봐 좀 서둘렀는데도 조금 기다렸다. 아주 조그마한 가게였고 테이블은 따로 없고 주방바로 앞에 옹기종이 모여 먹는 식으로 되어있었다. 십여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내 차례가 돼서 들어갔다.
메뉴는 당연히 콩나물국밥 하나만 있으니 주문을 했고 드디어 맛을 보게 되었다. 뭔가 좀 대단할 줄 알았는데 그런 생각을 한 게 무색할 정도로 너무 익숙한 맛이라 맛있긴 했지만 뭔가 내가 원했던 게 있었던 사실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
국밥을 먹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다들 김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나만 김을 안 줬나?’
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김 봉지가 하나 있었고 내 왼쪽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그 김과 같이 국밥을 먹고 있었다.
‘아, 김을 이렇게 놔두는구나’
하고 아저씨랑 같이 김을 봉지에서 하나씩 꺼내 먹었다. 내 오른편에 앉아서 먹던 당시 여자친구 옆에는 김이 없으니 내가 하나씩 꺼내 주면서 같이 김을 맛있게 먹었다.
김이 A4지 만한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는데 한쪽 면을 다 먹으니 나머지 면에 있는 김을 먹기 위해서는 안쪽에 있는 김을 꺼내야 했는데 내가 꺼내려고 하자 옆에 아저씨가
“아, 제가 할게요”
하면서 안쪽에 있던 김을 반쯤 꺼내어 먹기 좋게 걸쳐 놓았다. 그렇게 나도 먹고 여자친구한테도 계속 김을 건네면서 국밥과 같이 맛있게 먹고있는데 김을 거의 다 먹고 몇 장 남지 않아서 김을 더 달라고 하려 했는데, 옆에 아저씨가
“저는 이제 다 먹었으니, 김 남은 거 마저 드세요”
하면서 멋쩍게 외투를 주섬주섬 챙기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그냥 주는 김인데 마치 선심 쓰듯이 느껴져서 왜 그럴까 잠깐 머뭇거렸는데 아차 싶었다. 그 김은 그냥 주는 김이 아니었고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김이었다. 국밥집에서는 김을 그냥 주지 않았다.
“아! 아저씨 죄송해요. 사 먹는 건지 몰랐어요.”
상당히 죄송스럽고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어디에선가 영상으로 봤던 기억까지 떠오르면서 어떻게 해줘야 할지 난감했었다.
“아니에요.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아저씨는 이렇게 얘길 하고 훌쩍 떠나버렸다. 어찌나 민망했던지. 계산도 해버려서 내가 대신 계산도 못하고 김을 하나 사기도 뭐 하고 돈을 주기도 그렇고 아무튼 그렇게 되어버렸다. 기분 좋게 국밥을 맛있게 김과 함께 먹었는데 옆에 아저씨의 고마움도 같이 먹어버리게 되었다.
이후 콩나물국밥을 먹을 때 항상 이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요즘은 김을 그냥 주니 이런 일이 있었다고 누구에게도 얘기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때의 일은 마음씨 좋은 그 아저씨와 나 그리고 당시 여자친구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아저씨는 이제 환갑이 넘었을 것 같다. 생각난 김에 그 아저씨한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아저씨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그때 저한테 김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저도 항상 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김을 주는 사람이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