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y Nov 20. 2023

윌라 오디오 북과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오디오북을 시작한 이유

작년 초에 윌라 오디오북을 1년 결제했다.

결제하니 1명을 추가할 수 있다고 해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후배한테 ID를 만들라고 알려줬다.


직원으로서의 회사 생활도 연차가 쌓일수록 머리가 쉴 틈이 없었는데 대표가 되니 더더욱 머리가 쉴 틈이 없었다.

잠을 자면 생각을 할 수 없어 좋지만 아무 때나 잘 수도 없고 또 잠이 잘 오기나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아니니 머리만 더 아파진다.

온갖 잡념들을 걷어내고 싶은데 명상을 해봐도 소용이 없고 하염없이 걸어봐도 소용이 없다.

멍한 시간을 갖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속상했다.

이왕 생각할 거 좋은 생각이나 긍정적인 것들을 짜내서 집중해보려 하는데 그 또한 쉽지가 않다.

그래서 뭔가 집중할 거, 잠깐 빠져들 것을 찾다가 오디오북이 생각났다

사실 이전에도 한번 시도해 봤지만 듣다가 순식간에 다른 생각들로 빠져들어 몇 번이고 되돌아가길 반복하다가 나와 맞지 않는구나 싶어 말았었다.

그런데 다시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생각을 안 하는 시간이 없는데 출퇴근 시간 차 안에서 가장 유용할 것 같단 생각이 다시 들었다.

퇴근길을 일정하지가 않지만 출근길은 다른 길로 가는 일 없이 항상 일정하니 출근길 운전할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았다.

출근길 운전 할 때는 내가 언제 동작대교를 넘었는지도 모를 만큼 운전이 내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약속 없는 날 퇴근길에도 좋을 것 같았다.


내 생각을 하지 말고, 누구 얘기를 들어준다고 생각해 봤다. 누구 얘기를 진중하게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상상해 보면 그 얘기를 들어주면 빠져 들겠지라고 단순하게 시작하기로 했다.


며칠간은 당연히 집중이 되질 않았다.

특히나 운전을 하면서 집중을 하는 게 잘 되질 않았는데 그래도 그 며칠 지났다고 집중하려 노력하니 들어지더라.

출퇴근은 경로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일정하니 그나마 나았던 것 같다.

열 시간 남짓 분량이라 일주일은 운전할 때, 샤워할 때, 음식이나 설거지할 때, 청소할 때까지 열심히 들었다.

그래서 한 권 다 듣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그래도 오디오북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것 같다.

내용이 계속 이어지니 집중을 하지 않으면 순간 놓쳐버리기 십상인데 책 중반 이후부터는 그나마 그간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집중이 잘된 건지 아니면 그새 집중력이 강화된 건지 알 길은 없지만 듣기 시작하는 몇 분을 제외하고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내가 가만히 쉬고 있는 상태나 혹은 산책을 할 때 그렇게 온전히 집중이 가능한 때 들었다면 집중이 쉬웠을 것이다.

조금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편안한 상태에서 들어볼 텐데 아마도 그런 시간에는 오디오 북보다 책을 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일주일간 공들여서 들은 첫 번째 책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였다.


현재까지의 내 삶에서 후회가 되는 순간들을 적어 본다면 얼마나 될 까.

아마도 당장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기억이라는 게 후회했었던 일들조차 점점 잊히니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했던 기억도 아팠던 기억들도 원래 사람이 그렇듯 풍화되니까.

한참 시간이 지나서 이런 것들을 알아버렸을 때 허무한 생각들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사람 아닌가.

단순히 부질없다고 생각되는 것과는 다르다.

훗날에 후회가 되는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때는 그게 맞았다고 했었던 결정이니 그때의 나에게 뭔가 더 응원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랄까?

평상시 기억에선 사라졌지만 찾으려고 든다면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 난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내 머릿속 어딘가에는 자리 잡고 있다.

또 생각이 나면 언제든 후회되는 기억들.

나이가 좀 더 들어 그런 후회의 기억도 갖고 싶지 않아 후회될 만한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것도, 일도 이것저것 생각해 보느라 항상 꽉 차 있는 것 같다.

사실 난 거의 후회 투성이 인데 그걸 '후회한다'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실컷 생각하다가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전환해서 현재를 산다.

'만약 그때 그걸 했더라면'처럼 안타까운 말도 없는 것 같다.

지금은 윌라 오디오북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가끔 산책할 때는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있기는 하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데 뭐 때문에 망설여지는지는 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북 구독서비스를 두 개나 하고 있어서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일 것 같다.


윌라를 사용했을 때 불편한 게 한 가지 있는데, 북마크 기능이 없다.(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없으니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혹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신 더욱더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책의 문장으로써가 아닌 내 느낌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다.

마치 여행지에 갔을 때 사진 찍지 않고 눈으로 한참을 보고 기억하는 느낌 같은 것.


작가의 이전글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