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the end

되돌아보다.

by 살아있는 물고기

길고 길었던 2024년을 되돌아보며 써보는 글


생각지도 못한 시간이 흘러간 2024년이었다. 집에 있던 시간이 가장 많았고,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나날들이었으며, 기쁨과 슬픔이 항상 함께하는 그런 기묘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5 4 3 2 1 Happy New Year.


친구들과 함께 새 집에서 맞이하게 된 2024년. 그땐 절대 몰랐다. 이렇게 검은색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어버릴 거라곤. 1월 1일을 맞이해 해돋이도 보러 갔었는데. 그때 온전한 해를 보지 못해서일까. 구름이 가득한 하늘만 한 시간 내내 보고 와서 그랬던 걸까. 2024년 시작과 함께 나는 동굴로 들어갔다. 엄마를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해 버린 새해맞이. 그것이 시작이었다.


- 1~2월 남자친구 말곤 사람을 만나지 않았고, 친구를 만나도 조그만 자극에 눈물을 흘리는 나날도 있었다. 처음으로 엄마를 만나기 싫다고 떼를 쓰며 눈물을 흘려봤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던 SNS도 멈췄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 아프다며 잠수를 탔고, 그렇게 많은 기회들을 놓쳤다. 생각을 멈췄고 눈에서 나오는 물만이 유일하게 흐르고 있었다. 남자친구의 일상적인 말들에도 참 많이 울었다. 산책하다가도 집에 가는 길에도 마트 안에서도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울기만 했다. 그런 날들을 참 길게도 보냈다.


- 내가 태어난 3월 그래도 힘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따스한 햇살이 찾아오고 벚꽃이 피고 다양해지는 색감들에 나도 생기를 되찾아갔다. 삶의 낙이 벚꽃뿐인 거처럼 밤낮없이 벚꽃을 보러 다녔다.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찾아다녔다. 역시 나는 내가 태어난 달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 활동적인 4월. 남자친구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매일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함께 러닝을 시작했다. 그 후 거의 2주간은 매일 찾아와 저녁에 함께 뛰었다. 처음엔 10분도 못 뛰었던 나인데 나중엔 30분도 한 번에 뛸 수 있게 되었다. 활기가 생기고 목표도 생겼다. 지금에서야 알고 보니 일부러 나를 위해 뛰어주러 왔다고 한다. 그 덕에 삶의 의지가 조금 더 생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매일 보다 보니 결국은 그 앞에서 많이 터뜨려버렸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몰려와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옆에 있어주어서 고마웠다. 항상 양가감정이 드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했다. 해결된 건 하나도 없이 그렇게 또 시간은 지나갔다.


- 날씨만큼 따스했던 5월~6월. 여전히 수없이 많은 생각들로 밤이 너무 길어 힘들었지만 밝은 낮동안의 나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잦아졌고 엄마집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내 증상에 집착하며 내내 보던 유튜브 영상들과도 멀어졌다. 다행히 올해 우리 팀이 야구를 참 잘하더라. 매일 궁금한 것이 생겼고, 기다려지는 것이 생겼다. 그래서 고마웠다.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기는 기분이었다. 몇 년 만에 야구를 시즌 끝까지 다 보았다.


- 몸이 많이 아팠던 7월. 갑작스러운 변화가 많았던 걸까. 개도 안 걸리는 여름감기에 몸이 많이 아팠던 달이었다. 몸이 아프니 다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점점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 속에 잘 지내다가도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순식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회복은 더딘데 고통은 순식간이다. 아픈 걸 핑계로 또 가만히 있는 나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또 나는 내가 싫어졌다.


- 새로웠던 8월.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고 너무 더워서 러닝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했다. 요가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헬스도 해봤다. 1회성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제대로 시작해 보았다. 요가를 만났고 제대로 숨 쉬는 법을 알았다. 차분하게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방법을 알아갔다. 요가를 시작해 다행이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 드디어 시작한 9월~11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았고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돈이 다 떨어지면 그대로 끝내버리자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랬는데 친구들 덕분에 신청한 공공근로를 합격해 일을 하게 되었다. 3개월 계약직이었다. 3개월간 규칙적으로 살았고, 돈을 벌었다. 오랜만에 일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공공근로는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힘들었다면 그대로 영원히 일이란 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3개월 동안 책을 참 많이 읽었다. 대부분 힐링소설과 심리, 철학 관련 책들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많이 다스릴 수 있어 좋았다. 많은 것을 배웠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 2024년의 마지막 12월. 추위를 너무 싫어하는 나다.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세상에 다시 우울감이 밀려오는 중이다. 일을 관두고 다시 집에 콕하고 박혀있다. 또다시 아파져서 운동도 쉬고 있다. 23년 12월이 떠올라버려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눈물은 안 나서 다행인 요즘이다. 2024년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속이 좀 후련하기도 하다. 올해는 울리지 않을 종소리를 기다리며 2025년은 별일 없기를 기원해 본다. 내년의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단어를 다시 자주 말했으면 좋겠다.





나의 2024년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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